놓쳐버린 나를 찾으러 가자

by 김제니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오래된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눈에 띄는 한 장을 발견했다. 열다섯 살 무렵의 나였다. 교복을 입고 잔뜩 설렌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 사진 속의 내가 너무 생경하게 느껴졌다.

‘저 아이는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그때 나는 무엇을 꿈꿨을까. 좋아하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던 문학소녀였던가, 어른이 되면 세상을 여행하겠다고 다짐하던 꿈 많은 아이였던가. 사진 속 그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쪽이 저릿해졌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오다 보니, 나라는 사람은 뒷전이었다. 삶은 늘 바빴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나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나는 언제부터 내 이름 대신 엄마나 아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해졌을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대로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나를 잃어버린 채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스스로에게 던진 그 질문이 내 삶을 흔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를 찾으러 가야겠다고. 거창한 계획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나는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노트를 새로 사서 첫 페이지에 이름 석 자를 적었다. 그리고 그 아래 한 줄을 썼다.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자.’

그 후로는 조금씩 시간을 내기 시작했다. 한때 좋아했던 시를 꺼내 읽었다. 마음이 가는 대로 걷고, 보고, 느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한참 바라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구름을 스케치북에 옮겨 그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를 찾는 여정은 결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뚜렷한 목적지가 없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여정을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솔직해진 나를 만나고, 오늘보다 조금 더 나다워질 내일을 기대하는 것. 그 작은 변화들이 내가 다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길이 되어 주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나를 잃어버렸다고 느낀다면, 지금 떠나도 괜찮다. 놓쳐버린 당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가장 값진 여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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