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펜을 들고 어반스케치를 시작했을 때, 나는 그저 주변을 기록하고 싶었다. 보이는 것을 내 손으로 그려보며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것을 얻었다. 그것은 바로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여겼던 존재, 길고양이에 대한 마음이었다.
길고양이가 내 눈에 처음 들어온 건 오래전 일이었다. 어디선가 느닷없이 나타나 빤히 나를 쳐다보는 노란 눈, 어둠 속에서만 들리던 낮은 울음소리가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졌다. 나는 고양이가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를 보면 걸음을 서둘러 멀리 도망치곤 했다.
하지만 어반스케치를 하며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고양이를 더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어느 날, 공원 벤치에 앉아 나무와 바람을 그리고 있을 때였다. 내 앞에 느닷없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삼색 털의 고양이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나무 밑 그늘에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나른한 몸짓, 권태로운 표정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고양이를 스케치했다. 고양이의 매끄러운 윤곽을 펜으로 담아내는 것이 낯설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어려웠던 건 이 생명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이었다. 털끝 하나하나, 눈동자의 깊이, 작은 몸집 아래 작은 그림자까지. 모든 것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고요한 숨소리,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태도, 강인하면서도 여린 눈빛이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시장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 골목길 가게 간판 아래에서 졸고 있던 고양이, 공원의 풀숲에서 새를 쫓던 고양이. 어반스케치를 하며 고양이는 내 가장 흔한 모델이 되었다. 펜 끝으로 그들을 그리며 나는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양이를 대하는 내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작은 풀 한 포기, 가을빛으로 물든 나무, 새벽을 깨우는 새의 날갯짓까지. 나는 이제 세상을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스케치북 한 권과 펜 한 자루가 내게 가르쳐준 건, 세상은 결코 나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안에 함께 숨 쉬고 있는 모든 생명을 이해하고 소중히 여길 때, 나는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어반스케치는 그런 마음을 키우는 힘을 준다.
나는 여전히 길고양이를 그리고 있다. 나는 깨닫는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오늘도 나는 그 작은 존재들을 스케치북에 담으며 고맙다는 마음으로 손끝을 움직인다. 틀려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생명들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 그 마음이 선과 색으로 스케치북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