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이라는 이름의 작은 세계

by 김제니

어반스케치는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첫걸음이다. 펜과 종이, 그리고 마음만 있다면 어디서든 스케치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준비물을 고르려면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길을 잃기 쉽다. 오늘은 준비물 이야기를 통해 그 작은 세계를 탐구하는 법을 전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스케치북이다. 어반스케치를 위한 스케치북은 200 g 이상의 두께를 추천한다. 얇은 종이는 잉크나 물감이 번지기 쉽고, 시간이 지나면 작품이 뒤쪽에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크기는 A5에서 B5 정도가 적당하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스케치북은 가볍고 휴대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구매 시에는 종이의 질감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매끄럽거나 거칠면 표현에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사랑하는 제품으로는 파브리아노, 캔손, 미젤로와 같은 브랜드가 있다. 문구 전문 매장에서 확인하거나, 온라인에서 리뷰를 참고해서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펜은 어반스케치에서 중요한 도구이다. 수성보다는 유성이나 방수 잉크 펜이 적합하며, 라미 사파리나 파이롯트 드로잉 펜 같은 제품이 있다. 펜의 두께는 0.3mm에서 0.5mm가 적당하며, 얇은 선과 굵은 선을 함께 사용하면 그림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 펜을 구매할 때는 색 번짐 테스트를 반드시 해보는 것이 좋다. 방수가 되는지, 잉크가 고르게 나오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물감을 더해 생동감을 주고 싶다면, 작은 워터브러시와 12색 정도의 소형 휴대용 팔레트를 추천한다. 문교, 코이, 미젤로, 윈저 앤 뉴튼의 제품은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사랑받는 브랜드이다. 워터브러시는 물통이 필요 없고, 붓질이 간편해 야외 스케치에 적합하다. 물감은 색상이 너무 많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본 색상 몇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도구 가방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작은 가방에 스케치북, 펜, 물감, 워터브러시를 넣으면 어디든 들고 다니기 좋다. 이 모든 준비물이 담긴 작은 가방은 말 그대로 창작 세계를 담은 보물 상자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이다. 처음 그리는 선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거나, 색이 의도치 않게 번질 수도 있다. 그러나 틀리는 것은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어반스케치의 진짜 매력은 눈앞의 장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순간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데 있다.


어반스케치를 위한 준비물을 갖춘다는 것은 단순히 도구를 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느리고 정직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를 담는 일이다. 오늘, 작은 스케치북과 펜 한 자루로 당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보길 바란다. 그 순간부터 당신의 세상은 조금 더 빛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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