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출근길

by 김제니

문 앞에 놓인
투명한 무게들
2리터 생수 여섯 개짜리 네 묶음


너는 나보다 먼저 보았을 텐데
익숙한 듯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등을 돌리고 너는 떠났다

돈 벌러 간다고 말했지
그래, 중요하지
우리 삶을 굴리는 톱니바퀴 중
가장 무겁게 돌아가는 그것

하지만 너는 모를 거야
생수병을 끌어안고
부엌 한구석에 들여놓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

오늘도 나는
너의 뒷모습 아래 놓인
중요하지 않은 것들 중 하나였을까
마치 생수처럼 투명해서

잊히기 쉬운 것

묵직한 생수 네 묶음을
내 존재의 자리에 들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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