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
사람들은 꿈틀거리며
떠밀리듯 걸어간다.
목에 선풍기를 건 여인
회색 헤드폰으로
귀를 닫은 빨간 머리
작고 네모난 화면에 눈을 박은
짧은 머리 청년
음산한 손길이
소녀의 치마 자락을 스치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는다
그 누구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내 몸에서 뻗어나간 시선이
흔들리는 창을 지나치면
그들은 불현듯 일어나
문밖으로 사라진다
남은 건
그들의 삶의 체취
나는 홀로
마주친 적 없는 눈들 속에 묻힌 채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어딘가로 향할 뿐
역에서 역으로 옮겨갈수록
체취는 희미해지고
마침내
온 도시의 냄새로
섞여버린다
도로 위를 스치는 바람에
시든 마음들이 흩날리고
나는 말없이
찰나를 응시한다
도시의 망설임에 기대어
존재의 그림자를
조용히 채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