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리 Nov 16. 2024

산으로 산책

2024년 11월 16일

  낙엽비가 내렸다. 바람결에 실려온 나뭇잎은 붉은색이지만 실제로는 은행나무와 초록색 큰 활엽수잎도 비처럼 쏟아졌다. 오후에는 정말 비가 내렸는데, 늦깎이 가을구경 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산을 오른다고 해서 숨도 차고 땀도 주룩주룩 흘리며 오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볍게 산책을 했다. 중간에 간식타임까지 합치면 한 시간 삼십 분 정도 걸었다. 내심 정상까지 가고 싶었는데 대세를 따랐다.


 오후에는 다 같이 고기를 구워 먹고 길에 떨어진 은행나무잎을 밟으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노란 단우산을 들고 정류장에서 여러 생각을 했다. 스쳐 지나갈 마음. 집으로 돌아와서는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고 거품을 내고를 반복하다가 호다닥 머리를 말렸다. 일기장을 되짚어가며 그간 심경 변화가 어땠는지도 살펴보았다.


 저마다 겪는 감정은 본인만 느낄 수 있기에 일기장은 투명한 마음이 적혀있었다. 겪은 고단함이 하나님이 허락하심이라면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연단이 되어 하나님이 이끄시는 곳으로 가는 과정이다. 과정이라고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집콕하는 금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