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탄력성
발리 여행 중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다 한 상점 마네킹에 걸려있는 티셔츠가 눈길을 끌었다.
가부좌를 틀고 명상하는 남성의 그림과 Free Soul Free Love라는 문구가 한 친구를 떠올리게 했다.
마음공부를 1년간 같이 했던 특별한 친구였는데, 그 친구에게 딱이다! 싶어서 며칠 후 기억을 더듬어 상점에 가서 옷을 샀다.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와 친구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가 티셔츠를 여행 기념품으로 건네줬는데, 티셔츠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내가 삿구루 영상을 자주 보거든. 근데 한 남성이 삿구루에게 질문하는데, 삿구루가 브랜드가 정중앙에 적혀있는 티셔츠를 꼬집더라고. 그 옷 홍보사원이냐고, 그 티셔츠를 왜 입고 있냐고, 그 회사에서 그 옷을 입으면 너에게 돈이라도 주냐고. 스포츠 스타가 브랜드가 큼지막한 티셔츠를 입는 건 그 회사가 수백만 달러를 주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그 영상을 보고는 옷에 적힌 메시지가 본인 가치관이랑 맞는지 생각해 보는데, 이 티셔츠는 아주 잘 입을 수 있겠다는 친구. 그냥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던 티셔츠였는데, 전해준 티셔츠를 뒤로 중요한 의미를 전해 받아 나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갑자기 저 때 생각이 났던 건 요즘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때문이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나 예능 방송을 할 때만 해도 과도한 PPL은 시청자의 비호감을 유발하니, 그 PPL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까가 화두였던 것 같은데, 유튜브 개인 방송으로 옮겨오면서 대놓고 유료 광고를 하는 것이 만연한 추세가 되지 않았나. 그리고 이제는 어떻게 더 센스 있게 구독자들에게 광고를 어필할 수 있는지가 연예인들의 화두가 되었고, 그걸 보는 우리는 아무런 장벽 없이 광고에 자연스레 노출되며 일상과의 벽이 허물어진 시대가 된 것 같다.
가끔 인스타그램에서 유튜브 토크쇼에서 어떤 연예인이 센스 있고 귀엽게(?) PPL 광고를 어필하는 부분을 편집해 둔 릴스를 보곤 하는데, 난 이런 현상이 저 브랜드 티셔츠랑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들은 제품을 홍보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지만, 돈도 받지 않는 입장에서 저걸 굳이 편집해서 날라 홍보하고 그 부분을 보면서 즐기는 심리란...... 물론 나 포함이다. (삿구루님 혼내주세요.)
상업광고는 시대의 흐름을 타며 어떻게 사람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 계속적으로 교묘하게 변화하고 발전하지만, 경영과 회계적 측면에서 그 모든 고민의 시간과 방식이 결국 소비자 판매 가격에 더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는 돈을 받고 제품을 쓰지만, 그런 일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돈을 얹어서 그 물건을 사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