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문제를 다른 것으로 핑계삼지 말자
대학생이라면 휴학은 한 번 해봐야 하는 거 아니겠다며 대학교 2학년을 마친 뒤 아무 계획 없이 휴학계를 신청했다.
정말 대책 없이 신청한 휴학계였기 때문에 목적 없이 생긴 시간적 여유는 나를 게으르게 만들었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나고 새벽까지 게임을 하며 의미 없는 시간이 계속 흘러가던 중 문득 불안감이 찾아왔다.
'아. 이렇게 살다가 인생 망하겠다.'
그때부터 급하게 지원할 수 있는 자격증 시험을 알아보았다. 마침 '물류관리사'라는 자격증 접수기간이었고, 일단 나는 시험접수를 하였다.
그때부터 매일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을 되찾으려면 꼭 합격해야 한다는 초조함
물류관리사라는 시험은 나름 1년에 한 번밖에 시회가 없고 공부할 과목도 4과목이나 되는 시험이었다.
급하게 신청한 탓에 신청당시에는 잘 몰랐기에 이런 부분이 더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도서관에 다니던 어느 날,
사촌형의 부고소식이 날아왔다.
사인은 교통사고.
안개가 자욱한 날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다가 사고가 났다고 한다.
살면서 가깝게 지내던 누군가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게 처음이었기 때문일까.
감정의 요동은 없었다.
그저 내 머릿속에는 '나 시험이 얼마 안 남았는데 그럼 내 공부는?'이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나중에 사촌형의 분향소에 들어서고, 형의 사진을 마주하자 나 자신에 대한 역함이 올라온 탓인지 헛구역질을 하였다.
나의 게으름으로 헛되이 보낸 시간 때문에 부족한 공부시간을 형의 탓으로 돌렸던 스스로에 대한 역겨움. 그런 나 자신이 정상은 아닌 거 같아 무서웠고 또 혐오스러웠다.
이러한 경험을 한 뒤로는 남 탓을 하지 않고 살았던 거 같다.
내가 미리 했으면 끝낼 수 있었던 일
미리 공부했으면 아쉽지 않았을 양
모든 결과가 남 때문이 아닌 나로부터 야기된 결과라고.
처음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내 머리 한구석이 고장 나버렸던 것일까. 그때의 내 감정과 사고방식을 지금도 이해하진
못하겠다.
다만, 그런 철없던 시절을 후회하고 반성하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