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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Oct 21. 2018

<퍼스트 맨> 리뷰

도약하는 잰걸음 하나 그리고 하나


<퍼스트 맨>
(First Man)
★★★☆


 <위플래쉬>와 <라라랜드> 단 두 작품만으로 전 세계가 그의 이름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어 표기가 '다미엔 차젤레'에서 환골탈태(?)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죠. 그런 그가 자신의 역량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장르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퍼스트 맨>으로 돌아왔습니다. 2년만에 재회한 라이언 고슬링을 필두로 클레어 포이, 제이슨 클라크, 시아란 힌즈, 코리 스톨과 함께합니다.



 민간인 신분으로는 유례없게도 NASA가 주관하는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닐 암스트롱. 동료들과 함께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소련과의 의미없는 소모전이라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수 일씩 자리를 비우며 아내는 물론 아이들과도 소원해지고, 위험천만한 프로젝트 탓에 장례식은 끊일 줄 모르죠. 하지만 인류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할 위대한 도약 또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인류 최초로 달에 간 사람, 닐 암스트롱. <퍼스트 맨>은 전 세계의 상식이 된 바로 그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놓습니다. NASA 비행사들 중에서도 엘리트였기에 선택받았을 것만 같은 그의 삶을 좀 더 가까이, 좀 더 깊숙이 들여다봅니다. 딸이 죽은 이후 어떤 사람 앞에서도 웃을 수 없었고, 어떤 일에도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딸과 함께 바라보던 달 하나뿐입니다.



 감독 본인이 각본까지 겸했던 전작들과 달리, <퍼스트 맨>은 처음으로 다른 각본가의 각본을 토대로 만든 영화입니다. <제 5계급>, <스포트라이트>, <더 포스트>를 쓴 조쉬 싱어죠. 열거한 작품들은 명료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건조함이죠. 상업적인 가능성 또한 충분함에도 기름기부터 웃음기까지 다 뺀 건조함으로 일관합니다. 셔젤과 음악감독 허위츠의 분위기는 남아있지만, <퍼스트 맨> 역시 기본적으로는 해당 노선을 따릅니다.

 영화는 암스트롱에게 집중합니다. 달 착륙이라는 위대한 업적이 있기 전, 그가 그 곳에 다다르기까지 겪어야 했던 사건과 감정의 물결을 담아냅니다. 웃지 못하된 그는 어느 순간부터 울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무뎌질 대로 무뎌진 그의 얼굴은 이제 작은 떨림만으로, 멍한 눈길만으로, 잠긴 생각만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렇게 느슨한 호흡과 긴 러닝타임에도 주변 인물들과의 감정 관계도를 완벽하게 전달하지는 못합니다. 재닛만 해도 독립된 캐릭터와 닐의 아내 사이를 애매하게 오가죠. 중간중간 영화가 과감히 넘겨 버리는 시간엔 덩달아 잘라내지 말아야 했던 연인의 감정선도 들어 있습니다. 80%의 인물 다큐멘터리와 15%의 SF 대작을 펼치고, 마지막 5%는 <라라랜드>식 마무리로 이름 도장을 찍으려 하니 각본의 커다란 줄기가 흐려집니다.



 닐 암스트롱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라고 하면 누구든 극적인 장면 한두 개쯤은 상상하기 마련입니다. <퍼스트 맨>은, 셔젤은 그런 뻔한 것들 없이도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했습니다. 어떤 장르와 각본도 자신만의 스타일과 틀 안에 변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후자는 의도대로 생명력을 잃지 않았지만, 되려 전자의 힘이 미약해졌습니다. 절반의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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