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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6. 2023

<테트리스> 리뷰

차곡차곡 한 줄씩 정직하게


<테트리스>

(Tetris)

★★★☆


 <필스>, <스탠 & 올리> 등을 내놓은 존 S. 베어드 감독의 신작, <테트리스>입니다. <킹스맨> 시리즈의 주역인 태론 에저튼을 주인공으로 토비 존스, 앤서니 보일, 니키타 예프레모프, 로저 알람, 매튜 마시 등이 이름을 올렸죠. 감독 매튜 본의 제작사인 마브 스튜디오 작품이기도 하고, 극장 개봉 없이 지난 3월 31일 애플TV+ 오리지널 작품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자신과 모두의 인생을 바꿔 줄 결정적 한 방을 꿈꾸는 비디오 게임 세일즈맨 행크 로저스. 언제나처럼 세상을 놀라게 할 게임을 찾아 박람회장을 떠돌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테트리스였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그 게임의 잠재력을 알아보았으나,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 상황이 최고조에 달했던 그 때 그 시절 미국에 러시아 게임을 들여오려면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했지요.


 테트리스가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올랐던 영화들은 <픽셀>이나 <배틀쉽>에 가까웠습니다. 원작이 뭐가 됐든 할리우드의 자본을 만나면 인간 주인공 몇 명 껴서 우주급 스케일을 자랑하는 SF 판타지 영화가 되곤 했으니까요. 그러나 다행히도(?) 존 S. 베어드 감독의 <테트리스>는 그보다 훨씬 얌전하고 온건한 드라마 장르의 작품이었죠.



 정확히는 상업적인 첩보 영화에 가깝습니다. 테트리스는 인류를 바꿔놓을 소재 정도로 취급될 뿐, 대부분의 줄거리는 거대 자본과 정부의 손아귀를 피해 옳은 일을 해내려고 요리조리 다니는 주인공 행크를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죠. 보통의 첩보 영화들에서 모두가 노리는 하드 디스크나 비밀번호, 프로그램, 핵 발사 장치 등을 테트리스로 바꿨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대부분의 동력과 재미는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목숨까지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하려는 일이 옳은 일이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앞을 보고 달려가는 행크의 신념에 있습니다. 온갖 감시와 협박을 무릅쓰고도, 심지어는 그가 도움을 청하려는 사람마저도 한 발 뒤로 물러설 정도로 무서운 곳에서 그는 누구나 자신의 성과에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외치죠.



 거기에 약간의 비디오게임 역사를 첨가했으니 교양을 쌓는 맛도 있습니다. 비디오게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블록을 쌓아 없애는 이 단순한 놀이가 인류를 뒤바꿀 줄은 누구도 몰랐었지요. 행크를 제외하면 말입니다. 여기에 닌텐도가 붙고 게임보이가 나타나며 그것들이 어떤 파급력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는 현대의 관객들에게는 감격적인 순간들도 일부 있습니다.


 전개는 꽤 예측 가능하지만 모범적입니다. 지금 이 판에서 정상인은 자신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힘에 부쳐 커다란 위기도 맞이하지만, 옳음을 향한 의지는 누구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기적을 만들어내곤 하죠. 높으신 양반들이 그토록 무서운 표정을 하고서는 테트리스를 뺏어 오라는 대사를 치고 있으면 <오스틴 파워> 시리즈가 떠오르긴 하나(?), 그마저도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극적인 설정이나 장면, 심지어는 일부 인물들까지도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각색되고 창조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비밀 경찰인 KGB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 그러한데, 영화의 메인 악역인 발렌틴 트리포노프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며 자연히 후반부의 자동차 추격전을 포함한 많은 사건들 또한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장면들이죠.


 어찌됐건 영화적 재미와 긴장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영화적 재미와 긴장을 부여한다면 그것으로 할 일은 다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 <테트리스>는 스스로가 다큐멘터리가 아닌 상업 영화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작품이니까요. 비슷하게 만들어진 벤 애플렉의 <아르고>만 해도 온갖 시상식을 휩쓸고 다녔으니, 잘만 만든다면 아쉬워할 이유는 딱히 없기도 합니다.



 그렇게 <테트리스>는 이 프로젝트가 기획되었을 때 노렸던 의의들을 대부분 잡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욕심을 낼 수 있었던 순간에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전개를 위해 눈 딱 감고 앞을 향했죠. 다만 아무리 실화를 충실히 옮기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었다 해도, 주인공 태론 에저튼이 실제 주인공 행크 로저스를 닮으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쉽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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