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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6. 2023

<웅남이> 리뷰

웃기지도 못하고 우습기는 싫고


<웅남이>


 <개그콘서트>로 널리 인기를 얻은 코미디언에서 영화 감독 데뷔를 선언한 박성광의 <웅남이>입니다. CJ CGV 배급에 박성웅을 주연으로 이이경, 염혜란, 최민수, 오달수, 윤제문 등이 이름을 올리며 웬만한 신인 감독들 중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사단을 꾸렸죠. 처음부터 박성웅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작성해 출연을 제안했다는데, 여러모로 큰 도전이었겠습니다.



 어느 날 종 복원 기술원에서 관리하던 쌍둥이 반달곰 형제가 사라집니다. 얼마 뒤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과도 같은 능력을 보유한, 영 부족하지만 심성만은 착한 청년 웅남이가 나타나죠. 시골 마을에서 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조용히 살아가던 그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국제 범죄 조직의 일에 끼어들게 되고, 마침 조직의 오른팔이 웅남이와 똑같은 외모의 소유자임이 드러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쑥과 마늘을 먹은 반달곰이 곰의 완력과 체력을 그대로 지닌 초인이 되었습니다. 지능은 영 어눌한데 워낙 신체능력이 뛰어나니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은 많겠죠. 수많은 상대를 엄청난 힘으로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는 액션 정도는 충분히 기획할 수 있는데, 그런 판을 아무 근거도 없이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 기승전결이 필요합니다. 대충 조폭 하나 집어넣으면 어렵지는 않은 접근이죠.



 꽤 간만에 만난, 좋지 않은 의미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너무나 어려운 영화입니다. 이 시대에 이 배우들과 이 자본으로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놀라운 영화죠. 아직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아직도 이런 영화에 투자가 되고, 아직도 이런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통탄스러워 해야 할지 부러워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웅남이>가 코미디를 지향한다는 겁니다. 액션이나 드라마에도 당연히 시대의 유행이라는 것이 있지만, 개중에서도 코미디는 신선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르죠. 미스터 빈이나 성룡의 슬랩스틱처럼 고전으로 남는 사례도 아주 드물게 존재하나, 웬만한 코미디는 아주 교묘하고 영리하게 설계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허공에 흩어지기가 너무나 쉽습니다.


 슬프게도 <웅남이>는 그것의 아주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단군 신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는 의의를 벗어나는 순간(그것을 '현대적'인 것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요) 남는 것은 감독 개인의 커다란 자기 만족뿐이죠. 친한 사람들과 나오고 싶은 사람들을 잔뜩 모아다가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톰 브라운과 구찌를 살 구실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코미디를 메인 장르로 삼은 영화인지라 거의 모든 흐름이 코미디에서 또 다른 코미디로 이어지는데, 웃기지 않으면 그냥 안 웃기고 마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식은땀이 나고 수치심에 몸부림치게 되는 시도가 대부분입니다. 크지 않았던 기대가 언제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를 좌절감에 상쇄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때문에 낮은 타율의 연속은 관람이라는 경험 자체를 꽤 고통스러운 것으로 탈바꿈시키죠. 


 줄거리를 지적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경찰이 국제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 상대 조직원과 똑 닮은 누군가를 잠입시킨다는 대범한 설정은 <미션 임파서블>쯤의 완성도를 갖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건드리지조차 않는 것이 상책이죠. 첩보 작전을 코미디에 녹이면서 멍청하지 않아 보이려면 균형에 엄청나게 집중해야 하는데, <웅남이>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때문에 이 모든 프로젝트가 게으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SNL 쇼트로 나오면 골 때린다고 주목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영화계에 첫 발을 내딛겠다고 사방에서 그토록 후한 도움을 받았음에도 이런 결과를 내놓은 것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죠. 영화의 너무 많은 구석에 자신만의 것을 세상에 선보일 야심 대신 그저 처음이니 그럴 수 있지 않겠냐는 뻔뻔함만이 묻어 있습니다.


 그 뻔뻔함을 숨기는 척도 하지 않습니다. 정말 이 작업을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감독은 최소한 김준호부터 안일권에 이르는 자신의 코미디언 인맥들은 영화에서 모두 배제했어야 했습니다. 영화가 영화답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을 사실 내가 영화 감독이 아니라 코미디언이어서 그렇다는 변명으로 대충 넘어가려는 태도죠. 감독이 진지하지 않은데 관객도 진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웅남이>는 지탄받고 비판받아야 하는 영화가 맞고, 이는 단순히 웃기지 않고 만듦새가 떨어지는 영화여서가 아닙니다. 잘 되면 내가 훌륭한 영화감독의 재능이 있어서이고, 안 되면 내가 영화인이 아니어서라는 염치없음이 가득하기 때문이죠. 다른 직업군에서 활약하던 사람들이 영화에 도전한 사례도 많았고 그것이 실패한 사례도 역시 많았지만, <웅남이>는 할 말이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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