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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6. 2023

<범죄도시 3> 리뷰

남용하며 의존하는 두 주먹


<범죄도시 3>

★★☆


 2017년 1편으로 688만 명, 2022년 2편으로 1269만 명의 관객수를 동원한 <범죄도시>가 돌아왔습니다. 2편의 이상용 감독과 주연배우 마동석을 중심으로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 김민재, 이범수, 고규필, 안세호, 쿠니무라 준 등이 이름을 올렸죠. 시리즈인 작품치고는 특이하게 꽤 이른 시기에 조연들이 거의 모두 바뀌었습니다. 지난 31일 개봉되어 벌써 340만 명을 돌파하며 엄청난 질주 중이구요.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로부터 7년 뒤, 광역수사대로 발령받은 괴물 형사 마석도는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살인사건 조사에 나섭니다. 이번 사건이 신종 마약 '하이퍼'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 그는 점차 수사를 확대하죠. 한편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은 사업 파트너였던 토모와 함께 약을 빼돌려 일확천금을 꿈꾸지만, 이내 꼬리가 서서히 잡히며 사건의 규모는 점점 커져만 갑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주먹으로 이야기하는 마동석 영화들 중에서도 단숨에 독보적인 입지에 올랐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뉴스를 보며 저렇게 나쁜 놈이 무서울 것 없이 활보하는 세상에, 합법적으로(?) 정의의 주먹이 나타나 흠씬 때려나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 부름에 응답한 시리즈죠. 나쁜 놈은 잡아야 하고, 혼나야 하고, 좀 맞아야 한다는 그 통쾌함이 바로 이 시리즈의 뿌리이고 동력입니다.



 여기엔 주인공 마석도의 캐릭터성도 크게 한몫합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나쁜 놈을 잡기 위해서는 법이나 절차 정도는 살짝쿵 눈감으며 앞으로 나아가죠. 그렇게 절차 하나하나 다 따져 가며 움직이면 될 일도 안 되는데, 결과가 온당하니 수단으로 사용하는 뺨 몇 대(!)는 여러분도 공범이니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며 넉살을 부립니다. 그 선을 꽤 잘 지키는 덕에 덩치에 비한 반전 매력으로 기능하죠.


 사실상 매 에피소드마다 다른 범인을 잡는 TV 시리즈의 영화 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적당한 악역과 사건만 만들어낸다면 각본을 거의 무한대로 뽑아낼 수 있죠. 대부분의 액션 영화가 그렇기도 하지만, <범죄도시> 시리즈는 최소한 아직까지는 챙겨야 할 캐릭터도 극도로 적은데다가 들이는 제작비 규모도 깜찍합니다. 실제로 이번 3편의 손익분기점도 약 18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죠.



 그렇게 출발한 이번 3편은 어찌됐건 앞 두 편에 비해 스케일을 키우려는 야심이 엿보입니다. 광역수사대로 진출한 마석도의 활동 반경은 전편들을 훨씬 능가하고, 벌어지는 사건 또한 국제적인 마약 거래를 중심에 두고 있죠. 최종 보스 역할을 하는 한 명을 두고 추적을 이어나간 전편들과 달리 이번 작품은 여러 명의 인물들이 얽혀 일종의 두뇌 싸움 또한 벌이게 됩니다.


 기본적인 재미는 여전합니다. 영화 평을 요리에 빗대는 것을 딱히 선호하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두고 먹으려 잔뜩 끓여놓은 국밥이라는 비유가 이처럼 잘 들어맞는 시리즈도 없죠. 아는 맛을 기대하고 상영관에 들어가면 정말 기대했던 그대로의 맛은 일단 보장합니다. 무시무시한 인상과 덩치의 마석도가 이리저리 설치는 극악한 놈들의 옆구리를 나무 판자 부수듯 때려넘기는 장면들이 시작과 끝이죠.



 그러나 전편들에 비하면 어딘가 아쉽습니다. 분명 비슷한데 다릅니다. 먼저 눈에 밟히는 것들이라고 하면 코미디가 있겠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였던 1편에 이어 15세 관람가였던 2편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성적을 냈죠. 대중성의 맛을 톡톡히 본 이 시리즈는 코미디 또한 더 넓게 먹히는 쪽을 택했습니다. 타율은 낮아졌고, 좀 더 소위 말해 아저씨 개그에 가까운 일회성 농담이 많아졌죠.


 각본으로 넘어가면 더 심층적인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먼저 악역이 그렇죠. 1편의 장첸, 2편의 강해상은 하나의 인물에게 모든 서사가 집중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끝엔 한 놈이 있고, 진짜 나쁜 놈인 저 놈이 세상에 활개치고 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주인공 마석도의 활약이 필요했습니다. 마석도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을 인물이고, 누구나 길을 가다가 운 없으면 마주칠 법한 일상 속 악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죠.



 그러나 이번엔 그 초점이 너무 많이 분산되었습니다. 히로시, 토모, 리키, 주성철, 그리고 바깥쪽 인물들까지 따지면 진회장, 이치조 등 대기열이 길죠. 게다가 이들은 연쇄살인마나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마약 거래상이거나 그들의 부하입니다. 마석도의 엄청난 물리력을 꼭 필요로 하는 악당들도 아니고, 마약을 사서 사용하는 양아치들이 껴 있을 뿐 딱히 시민들의 일상에 파고들었다는 느낌도 주지 못하죠.


 마석도는 특유의 우격다짐으로 단서를 알아낸 뒤 마침내 쫓아간 누군가와 마주쳐 흠씬 패 주는 식으로만 전진하는데, 인물이 분산되니 그러지 않아도 단순한 전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리즈가 이어지면 판을 키울 수밖에 없겠으나, 가뜩이나 주인공 세력을 아끼는 영화가 악역 머릿수를 잔뜩 늘린 터라 마치 주먹 맛집에 늘어선 대기열을 보는 것만 같죠.



 그리고 물론 초반부 무고한 희생자가 연루된 사건이 스쳐지나가긴 하지만, 이후에는 민중의 몽둥이가 악인을 때려잡는 것이 아니라 마치 느와르 영화처럼 뒷세계 사람들만이 개입해 20kg의 마약을 두고 벌이는 추격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나쁜 짓을 했으니 잡혀서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지당하지만, 굳이 마석도의 주먹을 빌려서 해결할 일은 아니라고나 할까요.


 이 악당들은 머리도 주먹도, 심지어 동기도 애매합니다. 이미 한창 진행되고 있는 판을 중간부터 보는 것만 같죠. 어찌됐건 이번 영화의 악당인 주성철만 해도 이치조씩이나 되는 거물에게 덤비면서도 300억을 챙겨 중국으로 도망가는 것이 목표라니,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모를 인물입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판다고 해서 돈 들고 기다렸다가 피만 잔뜩 본 진회장이 되겠지만요.



 사건의 해결 방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석도의 주먹은 주인공 세력이 가지고 있는 필살기인지라, 나머지 주조연들이 전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짠 하고 등장해 막힌 혈을 한 방에 풀어주는 역할을 했었죠.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수사의 시작부터 끝까지가 거의 마석도의 원맨쇼로 진행되는 터라 그 통쾌함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석도를 제외한 아군 쪽을 전부 다 물갈이한 영화에겐 치명적인 지적입니다. 경찰은 실적으로 증명한다는 팀에 옮겨갔는데 수사는 물론 동료들 뒷바라지까지 죄다 혼자 하고 있으니 서서히 영화의 방향성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마석도가 나쁜 놈 때려잡는 영화에서, 힘 좀 쓰는 형사의 수사 일지로 개성을 조금씩 잃어 간다는 겁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이전까지 해 왔던 것들과 아직까지는 잘 할 수 있는 것들로 지탱이 가능합니다. 타율은 낮아졌지만 먹히는 개그들도 있고, 고규필의 초롱이처럼 이전의 장이수 역할을 해 줄 감초도 자리했죠. 주먹에서 대포 소리가 나는 액션은 다소 피로하긴 하나 쾌감 자체는 잃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기세라면 천만 관객도 머지않은 듯한데, 6편까지 공식 발표된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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