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까지는 아닌 우정
국내엔 벌써 7년 전인 2012년 3월 개봉되었던 <언터처블: 1%의 우정>이 할리우드 리메이크로 돌아왔습니다. 개봉 시기를 맞이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예고편을 보고 표절을 의심하는 분들도 몇 번 보았습니다만, 다행히도 공식 리메이크가 맞습니다. 프랑수아 클루제와 오마 사이 역에 각각 브라이언 크랜스턴과 케빈 하트가 이름을 올렸고, <리미트리스>, <다이버전트>의 닐 버거가 메가폰을 잡은 <업사이드>입니다.
떳떳한 가장이 되기 위해 직장이 필요한 델은 24시간 케어가 필요한 억만장자 필립의 도우미 면접을 봅니다. 오랫동안 필립을 보살펴 본 이본은 델의 전과 기록과 첫인상을 못마땅해하지만, 정작 필립은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 델을 즉흥 채용하죠. 입 떡 벌어지는 주급 덕에 인생 폈다고 신나는 것도 잠시, 누가 가르쳐 주지도 해 본 적도 없는 일의 향연에 서서히 정신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서로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이 어쩌다 보니 같은 길을 걷습니다. 영원히 함께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어느새 상대방의 모습에서 자신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그 무언가는 서로가 서로와 함께여야만 하는 이유를 대신합니다. 상대방의 존재 덕에 완전해지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행복은 더욱 커집니다. 이 시너지는 사랑과 우정을 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리기만 하면 영화적 재미가 없습니다. 달라도 너무 달랐던 처음의 출발점이 발목을 한 번쯤은 잡아 줘야 합니다. 꼭 본인이 아니어도 영 못마땅해하던 친구 혹은 동료의 입을 빌리기도 합니다. 감정에 휩쓸려 해서는 안 될 말도 한두 마디 던져야 하고, 예기치 못한 공허함에 따라오는 소중함도 느껴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쏟아진 비에 땅은 더욱 단단히 굳습니다.
비슷한 전개의 영화들을 줄줄이 댈 수 있을 것만 같고, <업사이드>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 푼 한 푼이 아쉬운 뒷골목 출신의 델, 사람과 자기 자신에게 지친 필립의 우정이 가운데에 놓입니다. 적당히 싸우고 적당히 화해하며 서로의 필요성을 주기적으로 확인합니다.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의 <버킷 리스트>처럼 돈의 힘을 은근히 증명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얼핏 보기엔 우정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원작에 비하자면 <업사이드> 쪽이 좀 더 표면적이고 가볍습니다. 결정적으로는 케빈 하트 버전의 델이 그야말로 준비된 인재 그 자체인 터라, 어떤 유형과 형태의 갈등도 큰 잡음 없이 해결되리라는 시시한 믿음이 초장부터 영화를 지배합니다. 물론 이미 한 번 본 이야기를 별다른 각색 없이 또 보는 탓도, 훨씬 익숙한 배우들이 연기한 탓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할리우드 버전의 배우들을 향한 각별한 팬심을 제외하면 굳이 새로 만들 이유를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