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과 운동, 못지않게 빠질 수 없는 것은 식단이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이제껏 별탈 없이 잘 먹어왔는데 문제가 생기고 나니 먹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년 평생 엽떡, 치킨, 삼겹살, 맥주를 단짝 친구처럼 여겼는데… 제일 친한 친구와 절교를 해야 한다니, 솔직히 서럽다.
하지만 먹어온 음식들이 내 몸과 자궁을 차게 하고, 세포를 늙게 한다고 하니 하나씩 바꿔 보기로 했다.
세포 디톡스를 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먹기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 컨셉을 만들었다.
마케터 직업병일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먹을 거 조금 재밌게 먹으면 어떨까?
일명 ‘식탁 위로 떠나는 미식 여행’.
시험관 3년 차, 여행은 꿈도 못 꾸지만, 식탁 위 여행은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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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편: 타코 여행
가장 최근에는 뜨거운 나라 멕시코에 다녀왔다.
왜냐고? 타코에 꽂혔기 때문이다.
타코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소고기(또는 닭고기), 토마토, 아보카도, 양파, 고춧가루 등등…
•소고기와 닭고기 → 양질의 단백질
•토마토 → 강력한 항산화물질 라이코펜
•아보카도 → 불포화지방산 가득, 난자 질 향상
•양파 등 야채 → 혈액 순환 도움
그야말로 맛과 건강이 함께하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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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편: 올리브 오일 여행
멕시코 이전에는 지중해를 잠시 다녀왔다.
지중해 식단은 깔끔하다.
육고기보다는 연어나 조개 같은 해산물, 통곡물과 올리브오일이 핵심이다.
내 최애는 그릭 샐러드.
냉장고 속 로메인, 오이, 토마토, 치즈 등과 그릭요거트, 올리브오일을 듬뿍 넣고, 소금과 후추로만 간한다.
그릭 샐러드를 먹고나면 채소들이 몸 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좋은 에너지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후무스, 연어 스테이크도 입맛에 맞았지만, 지중해 식단은 오래가진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육고기파라 소고기를 줄이니 삶의 행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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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규칙, 큰 변화
하지만 솔직히, 입맛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일주일에 하루는 ‘치팅데이’
그날만큼은 내가 먹고 싶은 거 먹는 날이다.
맥주도, 떡볶이도, 팥빙수도, 전부 먹을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치팅데이가 있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나.
이 규칙 덕분에 식탁 위 여행은 지속될 수 있었다.
하루 반짝 하고 끝내는 이벤트가 아니라 다음은 어떤 나라 음식을 해먹을지 고민하고 설렐 수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작은 규칙과 의식처럼 먹는 변화만으로도 몸이 조금씩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가볍고
점심 후에도 졸음이 덜하며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작은 식탁 여행이 내 삶의 큰 활력이 된 셈이다.
아, 또 시험관을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호르몬 주사와 여러 약물 때문에 살이 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체중 변화가 크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억지로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식단을 여행처럼 즐기며 관리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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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갈까?
일본의 가정식, 인도의 향신료 요리, 우리 조상님의 지혜가 담긴 한식?
어쩌면 일상 속 미식 여행이야말로
시험관 시술과 운동 못지않게 내가 스스로를 챙기는 최고의 방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