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 허준
지금은 아니지만, 노티드 도넛은 한 때 정말 핫한 브랜드였다. 나도 줄 서서 우유 도넛을 샀다. 노란 스마일 로고가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 도넛. 평생 던킨과 크리스피만 알고 살았던 내겐 생소한 경험이었다.
저자는 그렇게 핫한 노티드를 브랜딩 한 사람으로, 평범한 카페일 때부터 지금의 인지도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일화와 인사이트를 책에 담아냈다.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말하는 저자는 다음과 같이 브랜딩과 마케팅을 정의 내렸다.
브랜드를 '배'라고 설정해 보자. 브랜딩은 방향성이니 '나침반'정도가 될 것이다. 이에 더해 브랜딩을 '나침반+지도'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마케팅은 무엇일까? 방향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니 '돛'이라고 말할 수 있다.
브랜딩이 모호하다는 건 배가 정처 없이 떠다니는 걸 의미한다. 대 고객 콘텐츠나 메시지에 목적이 없다면 그 제품(혹은 서비스) 자체에도 목적이 없는 상태일 게 분명하다. 마케터들이 만들어오는 문구나 이미지들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사실 서비스가 갈피를 못 잡고 있기 때문이었던 게 아닐까.
"대충 나쁘지 않은 것을 마치 엄청난 것처럼 판매하는 기술이 '브랜딩'이나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내 제품이 어떤 목적과 정체성을 갖고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것을 통해 고객들이 어떤 만족감을 얻게 될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즉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과정도 브랜딩이다."
- 허준, 나는 마케팅을 하는 사람입니다
저자는 브랜딩을 제품을 포장하는 기술로 여겨질까 두려웠으니 이런 내용을 책에 담았을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제품 목적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브랜딩에 담겨야만 한다고 말한다. 애당초 그런 측면에서 부족한 제품이라면 브랜딩이 어렵다는 뜻이다.
많은 브랜드들은 대부분 대충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단순히 가격이나 어떤 성능을 외치기보다, 이 제품이 탄생하게 된 목적이나 정체성, 특히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지를 따져봐야 한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노티드와 다운타우너 운영사 gffg는 지나친 확장 전략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브랜딩이 아무리 잘 되었을지라도, 결정과 실행에 따르는 운이 계속 잘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기몰이엔 성공할지라도, 대만카스텔라, 탕후루처럼 금방 식어버리고선 잊히는 브랜드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쪼록, 수많은 브랜딩 서적 중 그래도 실무를 겪은 분의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어 재밌게 읽은 책,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