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액의 복권 당첨자들의 생활?

인생역전 샴페인 터트린 뒤, 비극의 씨앗

by 김진혁

거액의 복권 당첨자들의 생활?

인생역전 샴페인 터트린 뒤, 비극의 씨앗


한 번쯤 꿈에 그려본 로또 1등에 당첨될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면 천재일우의 기회, '814만5천60분의 1'. 45개의 숫자 중 자신이 선택한 6개의 숫자가 딱 들어맞을 확률이다.

길을 걷다 벼락을 맞아 죽기보다 더 어렵다는 확률이다. 그럼에도 천국으로 향하는 급행열차로 생각되는 복권 당첨이 말로는 처참하고 비극적인 사례가 지천에 널려있다.

1등 당첨의 인생역전은커녕 패가망신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공통이다.


몇 년 전 미국 사회학자들은 자국 내 복권 당첨자 재정 사정을 추적한 결과 54%가 5년 내에 파산한다는 보고서를 보았다.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형이 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 됐다. 형은 몇 년 전 로또 1등에 당첨돼 8억 원 상당을 수령 했다. 형은 3억 원을 자신의 누나와 동생 2명에게 나눠준 뒤, 정읍에 식당을 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난에 시달렸다.

형은 자신이 준 동생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려 썼지만 대출금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이 가중되자 형제간 우애는 금이 갔고 결국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복권 당첨이 안 됐다면 정상적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형제의 비극’이 안타깝다.


wo.jpg

이보다 더 큰 당첨금을 받은 B(39)씨의 말로도 비참했다.

그는 13년 전인 2006년 20대 중반에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제하고 14억 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쥐었다. B씨는 처음에는 당첨금을 가족에게 쓰며 새 인생을 사는 듯했지만, 얼마 못 가 도박장과 유흥시설을 드나들며 8개월 만에 돈을 탕진했다. 그는 금은방과 휴대전화 할인매장, 의류 매장 등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혀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2012년 광주에서는 30대 가장이 로또 1등 당첨금 18억 원을 사기 피해 등으로 날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2003년 242억 원을 받은 40대는 무계획적인 주식투자로 당첨금을 모두 탕진하고 10년 만에 사기 피의자로 전락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미국의 복권당첨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988년 펜실베니아주에서 1620만 달러(약 157억) 복권에 당첨된 윌리엄 포스트는 유산을 노린 형제의 살해 음모 등에 시달리다가 재산을 모두 날렸다. 사회보장 연금에 의존하다가 쓸쓸히 사망했다.


1997년 텍사스주에서 3100만 달러(약 300억 원) 복권을 횡재한 빌리 하렐은 2년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고급 자동차와 저택을 사들이고 가족 친구들에게 마구 돈을 뿌렸지만, 뜻밖의 재산이 가져온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2001년 남편과 함께 1100만 달러(약 106억 원) 당첨금을 탄 빅토리아 젤은 마약과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미네소타주 교도소에 수감 됐다.


2008년 일본 공중파 방송 소개된‘65억 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남성’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중졸 엔지니어 파견 사원이었던 그는 복권 당첨 후 인생이 백팔십도 달라졌다. 당시 파견사원으로 일하던 회사에서도 잘려 백수 생활 중 통장 잔액인 4만 원을 복권을 산 것이 대박이 된 것이다.

우타다는 한동안 “집에서 눈칫밥을 먹고 있던 터라 가족에게조차 당첨 사실을 알리기 싫었다.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거동이 수상쩍어 보였다.”고 밝혔다. 부모님께 당첨 사실을 알리고, 두둑이 용돈을 챙겨드렸다. 그리고“ 한 달가량은 외출도 하지 않은 채 은둔생활을 했다”고 한다.


행복2.jpg

한꺼번에 거액이 생기자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이 모두 ‘잠재적 사기꾼’으로 느껴져 친구들과는 연락도 끊었다. 그러다가 우타다는 돈을 펑펑 쓰고 싶은 욕구가 앞서 월세 600만 원짜리 초호화 아파트로 이사했다. 여기에 고급 승용차 4대, 14억 원 상당의 크루저를 구입 하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만끽했다. 매일같이 게임센터를 방문해 돈을 뿌렸고, 유흥업소에서는 업소직원 전체를 지명해 즐기는 방탕한 생활도 이어갔다. 우타다는 “불과 1년 사이 33억 원을 탕진했다”고 밝혔다.


위기의식이 들어 지출을 줄이자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갔다. “복권 당첨금액 65억 원은 3년 만에 모두 사라졌다. 고급 승용차도, 크루저도 함께.”현재 우타다의 생활은 2년 전 후쿠오카로 거처를 옮겼고 취미는 길고양이 사진 찍기라고 한다.


우타다는 운이 좋은 사람으로 불리지만 인간관계는 좋지 않았다.

지인들 중에는 “돈을 빌려 달라”는 사람도 더러 있었고 그들 대부분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으며, 빚도 갚지 않았다.


우타다는 “수중에 돈이 쉽게 들어오면 열심히 살아가려는 마음가짐도 꺾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첨금을 가족들에게 나눠줬지만, 더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우타다는“돈으로 결코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회고했다.


갑자기 일확천금을 손에 쥐면 삶의 패턴이 바뀌기 마련이다.

근로 의욕을 잃고 소비 충동을 주체하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물론 복권 당첨 후 주변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인생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덤으로 얻은 횡재가 행복한 인생을 위해 사용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파괴 하는 등 온갖 풍파를 일으킨다.


돈 문제.jpg

노력하지 않고 얻은 재물이 인생을 얼마나 비틀어 놓는지는 익히 알고 있음에도 복권의 행운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3조 9천 658억 원에 달한다.

떼돈을 번 사람들이 망한 이유는“돈을 써 버리고 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허감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고 본다.


복권으로 행복을 기대하는 자는 불행이다. 끊임없이 추구하기보다는 작은 것에 만족하는 게 더 낳다.

한 방을 추구하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복권 살 돈 있으면, 차라리 주식을 사 모아라.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성경 말씀처럼 땀 흘려 일하고 정당한 대가로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돈과 상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