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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Sep 06. 2019

관계의 미래보다는 관계의 현재

지금의 내 사람들을 더 소중히

‘모임’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


바야흐로 모임의 시대가 아니던가. 실제 얼굴을 맞대며 만나는 모임은 온라인 모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혀 알지도 못하던 사람과 오프라인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는,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이러한 과정을 네트워킹이라 부르기도 한다. 요새는 네트워킹 이벤트가 생각보다 많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삶의 일부분에만 눈과 귀를 열고 지낸 사이, 세상은 나만 빼고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다. 너무 늦게 고개를 든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따라잡기도 어려울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본의 아니게, 올해 들어서 새로운 ‘네트워킹’을 쌓을 기회가 많았다. 꼭 네트워킹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새해를 맞이하며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올해의 문구는 ‘실력을 쌓아 성장해야 한다’는 다소 모호하지만 절박한 마음을 가득 담은 상태였다. 벌써 올해의 하반기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중간 점검을 해보면, 내가 정말 무엇을 배우고 익히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불확실하면서도, 여러 모임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근처에 사는 엄마들과 영어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도 참여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수영도 배우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모두 배움을 위한 것이었으나, 배움을 위해 시작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배움을 지속시켜가는 원동력도 사람과 함께라는 것이다.


모임에 계속 참석을 하다 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배움보다는 사람과의 관계가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몇몇 모임을 빼고는 나 혼자만 중간에 진입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미 몇 년간 서로 친목을 도모하며 성장해왔던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려니 괜히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 나이가 되도록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낯설어하는 것은 여전했다. 


누군가와 친해지는 것을 그리고 네트워크를 쌓는다는 것을, 기꺼이 즐거워서라기 보다는 ‘목적이 있는 의무감’에서 시작하려다 보니 부담스러웠다. 낯설음의 정도를 모두가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볼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들을 오래도록 연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책에 너무 많은, 큰 기대를 했다.


약한 연결의 힘_ 친구의 친구 (데이비드 버커스)


‘약한 연결의 힘’이라는 문구에서 네트워크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줄어드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을 두고 깊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상태라 하더라도, 그만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면 될지 알려줄 비결이 담겨있는 듯했다. 


솔직히 그 비법은 없었다. 책의 중간을 넘어가자 살짝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었지만, 어떻게 보면 이미 아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나의 이야기는 아니고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반부, “10. 네트워킹 이벤트 대신 활동을 공유하라”와 “11. 다면적 관계에서 기회를 찾아라”는 이 책을 꼭 읽었어야 하는 이유였다. 관계에 대한 내 잘못된 마인드를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는 그 표현에서 업무적인 느낌이 든다. 그런데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사적인 느낌이다. ‘네트워크’에는 ‘사람’이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딱딱했다. ‘사람’에는 ‘기브 앤 테이브’를 적용시키기에는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한 없이 푸근하기만 했다. 


‘네트워크’와 ‘사람’ 사이의 중간 지점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그 방법으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롭게 시작하는 것’뿐이라고 스스로 정의 내리고 있었다. 새로운 만남을 만들고, 새로운 만남 속에 들어가야만 뭔가 특별한 삶의 전환점을 접하게 되리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었다.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 유독 자주 빠지는 분이 한 분 있었다. 그를 두고, 한 멤버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다. 일주일에 겨우 한 번 만나는 것뿐인데, 이 모임에 의미를 두고 있다면 이렇게 빠질 수 없다고 말이다. 이미 몸 담고 있는 만남이라 하더라도, 이어가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함께하는 멤버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 제대로 속할 수도 없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만남일 뿐, 무엇을 쌓아갈 수 없다. 이런 모임은 약한 연결이라 할지라도 힘을 발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새로운 만남을 만들려고 시도하거나 혹은 동경하던 태도를 버리기로 했다. 관계의 미래보다는 관계의 현재의 중요함을 새삼스럽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노력하기로 한다. 이 정성스러운 관계에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자꾸 무엇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다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원래의 관계 역시 시간을 쌓아가며 만들어간 관계다. 앞으로, 미래의 관계보다 현재의 관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로 한다. 


인적 네트워크는 단순한 거래 관계가 아니며, 원래부터 그랬던 무언가도 아니다. 인적 네트워크는 완성된 무엇이 아니라 발달해가는 과정이다. 당신의 네트워크는 당신에게 영향을 주며, 따라서 당신도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당신의 네트워크를 신중하게 조정하는 것은, 즉 당신의 친구를 선택하고 또 친구의 친구가 누구인지 인식하는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는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좋든 나쁘든 말이다. – 329 p





Photo by Wade Austin Ell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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