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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May 02. 2023

아이돌 노래에 눈물 훔치는
아줌마의 노력이란

‘세대’를 이해하기 보다는 ‘너’를 이해하고 싶다

언젠가, 회사에서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열풍이 한창이라며 퇴근하는 남편에게 톡 쏘아붙였다.


“집에 있는 MZ세대나 잘 이해해보려고 하지 그래?”

“우리 집에 MZ가 어디 있다고?”

“나 MZ잖아. 80년대 초반생부터 MZ세대인거 몰랐어? 이 X세대야~”


스타트를 끊고 겨우 소속된 것이지만, 나는 올드한(?) X세대가 아닌 요즘 화두에 오르는 MZ세대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솟아오르려던 차에 아이가 물었다.


“그럼, 난 무슨 세대야? A세대? B세대? 그런 건 누가 정하는 거야?”

“글쎄… 엄마도 몰라.”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도 MZ세대라며 마치 젊은 세대인 마냥 기분이 들떠 있기는 했지만, 나는 아무리 만 나이에 기대보려해도 꼼짝없는 40대인데다가 ‘라떼는’이 종종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기성세대다. 다양한 컨텐츠에서 언급되는 MZ세대의 특성들을 들을 때면 새로운 종족인 것 마냥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다. 그래도 MZ세대에 껴달라고 말하기에는 양심이 없어 보이고, X세대와는 제대로 선을 긋고 싶은 복잡한 마음이다. 이런 나는 무슨 세대일까? 


하지만, 도대체 내가 어떤 특성을 가진 세대인지 보다 MZ세대가 너무나도 궁금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SNL의 ‘MZ오피스’도 깔깔거리면서 봤지만, 그 뒤에 깔린 ‘왜?’를 알고 싶은 이유는 이 MZ세대들이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 세대들이 사회에 나가 본받고 싶어하는 선배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MZ를 알고 싶어졌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내가 일터에서 MZ세대를 만날 일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내가 시작한 MZ세대 이해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다름 아닌 ‘인기가요’ 듣기였다.


아이 학원 라이딩을 하며 몇 개월간 상위권을 유지하는 아이돌 노래들은 외울 수 밖에 없을 만큼 들었다. 간간히 순위의 변동이 있는 노래는 원인이 무엇일지 아이와 얄팍한 대화를 나누며, MZ세대 이해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넘어서는 소소한 재미를 만들기도 했다.


나는 중학교 때 황규영의 ‘나는 문제 없어’라는 노래를 들으며 (아… 이런 연륜이란…) 으쌰으쌰 하루를 시작하기도 했고 시험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요즘에 태어났더라면 세븐틴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를 들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도대체 부석순이 무슨 뜻인지 몰라 ‘요즘 애들은 이름도 이상하네’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뮤비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는지 모르겠다. 하루가 달라지게 올라가는 조회수에 이 아줌마의 몫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부석순~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Show me the money에서 이영지가 ‘not sorry’를 부르는 것을 보고는, 이영지의 팬이 되어 버렸다. 종이장보다도 가벼운 사랑이나 썸 타는 가사 보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손을 내미는 이런 노래들이 어찌나 이 40대 아줌마의 공감을 불러내는지, 아이돌 노래의 가사를 들으며 아이돌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아이돌 노래가 아줌마의 눈물샘을 건드렸다. 그 노래는 다름아닌 IVE의 ‘I AM’인데, 정말 주책 맞은 순간이기는 했다. 뒷좌석에 아이를 태우고 운전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노래가 점점 고음으로 클라이막스를 향하던 중이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멤버 안유진의 파트였다.


어느 깊은 밤 길을 잃어도 
차라리 날아올라 그럼 네가
지나가는 대로 길이거든
1, 2, 3
Fly up


괜시리 울컥했다. 고추냉이를 잔뜩 먹은 것 마냥 코 끝이 매워졌다. IVE의 노래를 외우겠다며 종종 수첩에도 깨알 같이 가사를 적어 대는 아이에게 물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노래 부를 때, 노래 가사 의미도 생각해 보면서 따라 불러?”

“가사? 이 노래 가사? 몰라~ 친구들 다 그냥 노래 부르는 거야. 가사 뜻 생각하면서 노래 부르는 애들 없을 걸?”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가사를 곱씹지도 않고 그저 멜로디는 I AM이 최고라며 따라 부르는 아이의 신나는 표정을 백미러로 쳐다보자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MZ세대가 부르는 노래지만 공감을 느낄 수 있으면, 나도 MZ지 뭐. 이해하지도 못하는 노래를 따라하면서 (아이들은 이게 MZ 문화인지 뭔지 개념도 없지만) MZ 문화를 동경하는 아이 또한 어쩌면 MZ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 어떤어떤 세대가 다 무슨 소용이람. 


여기까지 생각의 흐름이 옮겨지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MZ세대 이해하기’라는 거창한 타이틀 만큼 어렵고도 힘든 업무가 없을 것만 같았는데, 커다란 숙제 하나가 펑하고 사라진 느낌이었다. 아이를 위해 MZ세대를 공부하려 했다는 나의 마음 가짐에는 여전히 칭찬을 해주고 싶지만, 똑부러지게 구분되지 않는 어떤 나이대의 특징이라는 것은 그저 앞 세대가 그들에게 끼친 영향의 결과물일 뿐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를 위한 마음’의 초심을 다시 찾아가기로 했다. 어떤 특정 ‘세대’를 이해하기 보다는 ‘너’를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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