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의 트렌드를 실생활에 적용시키기 위한 시도는 언제나 실패로 끝나곤 한다.
‘먹방’이 한창 전파를 탈 무렵에는, 그 모든 음식들을 지금 당장 내 입 안으로 넣지 못한다는 실망감과 함께 입맛만 다셔야 했다. ‘프로그램 하나만 보고 자야지’ 라며 TV를 켠 순간 클로즈업되어 나오는 야식 메뉴들을 보고 있노라면, 다이어트와의 힘겨운 싸움은 둘째치고 우울할 지경이었다.
‘먹방’이 지나간 자리에는 ‘쿡방’이 들어앉았다. 왜 ‘대부분의’ 쿡방에는 잘생긴 남자 셰프들만 등장하는가. 도무지 안 볼 수가 없다. 하루 세끼 메뉴를 고민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는 것 모두가 나에게는 어렵기만 한 일인데, 훈남들은 걷어붙인 팔에 드러나는 멋진 근육만큼이나 황홀한 비주얼의 음식들을 뚝딱 만들어낸다. ‘나도 한 번 제대로 요리를 좀 해 볼까?’라는 의욕도 잠시. ‘도대체 무슨 음식을 만든 것이냐’라는 의미의 질문을 몇 번 받게 되면, 요리는 나와는 거리가 멀다는 현실을 재확인할 뿐이다. 서랍 안으로 들어간 앞치마는 다시 나올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글쎄. 다시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먹을 것 트렌드가 지나가자 이제는 ‘인테리어’가 방송뿐 아니라 잡지, 블로그 등에서 여자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멋진 인테리어로 바뀐 연예인의 집, 잡지에 소개된 타운 하우스, 말 그대로 창의력이 퐁퐁 샘솟을 것 같은 아이방 인스타그램도 인테리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지만, 미니멀 라이프 역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줄이는 것 또한 집을 꾸미는 인테리어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확실한 건, 누구나 멋진 인테리어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알뜰살뜰하게 집을 멋지게 꾸미는 분들도 많다지만, 혼자의 힘으로 발품 팔아가며 재료들을 구입하고 붙이고 자르고 꾸미기란, 도무지 어린아이 엄마에겐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탓에, 입맛에 맞는 공간을 꾸밀 수 있다면 육아의 고단함도 어느 정도 날려버릴 수 있을 텐데. 인테리어 트렌드 역시 나에겐 맞지 않는 것일까.
예쁘게 꾸미지는 못할지언정, 우리 집을 구성하고 있는 물건들에 따뜻한 의미를 부여해 보기로 했다. 인테리어 역시 방송가에서는 스쳐가는 수많은 트렌드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집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계속 함께 동행하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다면, 집안일이 즐거워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