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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의 유학생활 시작

진짜 82년생 김지영의 특별한 이야기 (역경의 열매를 기다리며_시작)

by 김지영 Jiyoung Kim

2005년 12월15일, 지금은 없어진 베를린 테겔공항에 도착해서 이미 예약해 놓았던 한 사립기숙사에 짐을 풀었다.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의 선배언니가 이미 그 기숙사에 살고 있어서 정착하는데 도움을 받게 되었다. 필수적으로 필요한 관공서에 등록하는 일들을 언니가 도와주었고, 어학원에 다니면서 여러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서로 독일생활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베를린에 정착하며 입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독일어를 공부하는 것은 어학시험을 앞두고도 재미있게 하였고, 미술입시를 위한 포트폴리오 작업을 병행하였고, 주말에는 어학원 친구들과 어울리며 1년반정도를 보내고, 베를린에 있는 한 공립대학교의 패션디자인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독일의 대학교는 다수가 공립대학교로 학비가 무료이다.)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한국에 있는 우리 가족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 우선 일년후에 졸업한 동생이 독일에 와 발레단 오디션들을 보러 유럽내를 돌아다니다가 스위스 취리히의 한 작은 발레단에 들어가게 되었고, 서울에서의 아빠의 사업이 부도가 나서 부모님이 베트남으로 이주를 하게 되었다. (부도 후 도피를 가셨다가 베트남 현지 한국계 의류회사에서 중역으로 일하게 되셨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는 예상하지 못하였던 모습으로 가족이 흩어져서 생활하게 되었다.

집을 너무나 탈출하고 싶었던 나에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특별히 없었고, 외국생활에 홀로 적응해야 하는 동생을 살갑게 챙기지도 않았다. 참으로, 이기적인 모습으로 언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엄마에게 당한 편애에 대한 복수라고 스스로 마음속에서 정당화하며 차가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부도와 도피라는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었을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기를 받은 상처에 대한 보상이라는 듯 스스로 거부하였다.


한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었음에도 부모님은 유학비용을 매달 보내주셨다. 독일대학은 학비가 없지만, 재료비와 생활비, 집세 등의 비용으로 월 150만원 이상이 필요하였다. 어린시절부터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당연히 받아와서 부모님의 상황을 헤아리며 감사한 마음으로 받기보다는 당연한 마음으로 돈을 송금받았다.


한국에 살때는 주변에 항상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여럿있었고, 나를 좋아해주는 남자친구도 끊이지 않았고, 독일에 와서 입시준비기간에도 어학원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며 외국생활에도 외롭지 않았는데 대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부터는 처지가 크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우선 언어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는데 친구들과의 일상대화는 속도를 맞추기가 힘들었고, 학과 공부는 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 패션관련 단어들이 수두록했고, 이러한 언어적인 제한이 나를 위축시키고, 교우관계에서 고립된 상황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폐쇄적인 독일의 인간관계 문화는 여러가지 노력을 해도 소속되기 힘든 좌절감을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의 하나는, 2학년이 되어 나의 생일을 맞이하여 30명 정도 되는 같은 과의 친구들을 모두 생일파티 초대했는데 단 한 명이 왔었다. 그렇게 아웃사이더로서의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래도 그 중 몇몇의 외국출신의 (하지만 독일어는 능통한) 친구들과는 그룹과제를 하며 외국출신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수 있었다.


나의 외로운 광야 생활이 이렇게 시작이 되었는데, 이것이 하나님과의 밀접한 관계의 시작이 되었다.

하루하루 외로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위로와 힘을 받기 시작하였고, 하나님과의 내면의 대화가 나의 유일한 긴밀한 소통 창구었다.

새로 시작된 건강에 안 좋은 습관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마비시키기 위하여 학교생활 후에 집에와서 홀로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tempImage9sDmA5.heic 실기수업 (내가 공부한 패션디자인과는 50% 실기수업 + 50% 이론수업의 커리큘럼이었다.)
tempImagegMdw67.heic 이론 세미나 수업
tempImagevPWGOp.heic 학기말 컬렉션 발표


tempImageB29caf.heic 대학교생활 초기에 일요일마다 예배드리러 가던 그 당시 살던 동네의 교회 (거의 독일인으로 채워진 이 교회에서 나에게 반갑게 말을 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 글과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 Ji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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