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82년생 김지영의 특별한 이야기 (역경의 열매를 기다리며_준비)
수능 후에 지원했던 대학교들에 모두 떨어지고 재수를 하게되었다. 초중고 시절 그래왔듯이 나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아 공부를 해본적이 없었고, 재수시절에도 시간을 때우는 자세로 공부를 하였고, 서울과 경기도 경계에 위치한 학교의 경영학과에 겨우 입학하였다. 워낙 배움에 대한 열정이 없어서인지 학과공부는 흥미로운 과목만 열심히 공부하고 나머지는 낙제를 면할정도만 하였고,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번화가인 신촌을 친구들과 누비며 술 마시는 것도 즐겼다. 재수시절에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학원을 다니면서 친해진 친구들과도 일산에서 모여서 여기저기 먹으러 마시러 놀러다니며 생산성 없는 시간들을 흘려보냈다.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치는 대학교를 들어가서인지 나를 향한 부모님의 숨기지 않는 실망감과 학과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는 나를 못마땅해하는 태도로 부모님과 사이는 좋지 않았고, 고등학교 자취생활 이후 다시 부모님집에 살게 되면서 속박된 느낌에 더욱더 바깥으로 나돌았다.
그러다가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 어렸을때 살았던 독일과 주변도시를 방문하는 유럽여행을 온가족이 함께 하게 되었다.
유럽여행은 한국에서 방황하며 무료한 학교생활을 해나가던 나에게 미술을 공부하러 독일에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새로운 열정과 꿈이 생기게 하였다. 미술은 내가 어렸을때 소질을 인정받으며 전공을 고려하였던 분야이고, 영어는 미술과 함께 유일하게 좋아하던 과목인데 유럽여행을 하며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와 독일어를 접하며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사실 독일어는 독일에서 유치원을 다녔던 나에게 최초로 접했던 외국어인데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는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모두 잊어버렸었다.
중학교 때 어학연수로 갔었던 뉴저지/뉴욕에서의 즐겁게 공부하였던 유학경험도 다시 떠오르며 학비가 없는 독일로 미술 유학을 가야 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경영학과 학교생활과 병행하며) 독일어학당과 미술학원을 다니며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고, 국민학교 6학년때 예원학교 입시를 준비하던때 이후 처음으로 열정적으로 목표를 향해 배우고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때 첫사랑 이후에 공백기가 거의 없이 남자친구가 항상 있었고, 남자친구들과의 데이트를 중심으로 일상생활의 스케쥴을 짰었는데, 이제 삶의 목표와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열정이 생기니 연애는 뒷전으로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2005년 12월, 4학년 마지막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다니던 교회 담임목사님의 기도를 받고, 부랴부랴 서둘러 그토록 열망하던 독일 베를린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