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현직 팀장이 들여다 본 회사속 이야기...
카르텔(Cartel)은 경제용어이다.
잘 알다시피 카르텔이란 '기업들이 담합하여 경쟁을 회피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행위'로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다양한 법률을 통해 이러한 폐단을 적극 예방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대기업들, 특히 규제산업이거나 과점사업인 정유, 통신, 철강분야의 기업들은 공정위 조사가 세무조사나 검찰조사 만큼이나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조사의 결과가 수백,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오늘의 사회는 어떨까?
한편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스카이 캐슬" 우리 사회속의 카르텔을 보여 주고 있다.
의사, 대학교수 등 전문직들이 자신들만의 성(Castle)에서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구축하고 그들의 자녀의 일류대 진학을 위한 정보를 교류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삶의 대물림하고자 노력한다.
그들은 그들과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이중잣대로 사람을 대하고, 오로지 캐슬의 명예와 특권유지에 집착한다.
그렇다면 회사의 내부는 어떠한가?
이번 장(Chapter)에서는 회사 조직속의 카르텔을 고발(?)하고자 한다.
본인 스스로 '카르텔을 고발'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내가 그 카르텔에 속해 있지 않음(?) 못함(?)에 대한 반증이자 회사내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회사와 부서별 특성은 있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정기/비정기적으로 순환배치를 하거나 직무전환에 대한 기회를 부여해 주기도 한다. 새로운 업무(Job)에 도전할 기회가 없다면 '부적응=퇴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또한 업무를 직접 수행해 보기 전에는 자신에게 어떤 업무가 맞고, 상대적으로 고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를 것이다.
좌우지간, 어떤 이유이든 간에 특정인이 새로운 부서에 배치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가 옮기게 되는 조직에는 소위 '박힌 돌'들이 있게 마련이다.
굳이 구분해 보자면 기존 구성원들은 세가지 부류가 있을 것이다.
우선 첫째, 해당 부서에서 '승부'를 보고자 하는 직원이다. 이들은 이미 그 부서에서 몇 년간 일하며 나름대로 성과를 만드는 방법도 아는 부류로서 승진이나, 높은 인사고과 확보, 관리자로 선발 되기를 바라는 부류이다.
두번 째 유형은 그냥 있는 직원이다. 업무적 전문성은 승부를 보고자 하는 유형에 뒤지지 않지만 대개 승부욕이나 야망은 그들 보다 적은 편이다.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기 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세번 째 유형은 (옮기고는 싶으나) 갈데가 없고 오라는 곳이 사람 역시 없는 직원이다. 이들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에게 인사이동 시기에 자신 좀 데려가 달라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둘러대는 얘기를 듣기 십상이다.
승부를 보고자 하는 부류에게 새롭게 합류하는 직원은 '먹잇감' 또는 '호구'로 보일 것이다. 아무리 이전부서에서 날고 기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새롭게 온 이상, 인사평가든 뭐든지 간에 절대 자신 보다 우위에 서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안정을 추구하는 유형에게는 새로 온 직원이 자신의 업무 안정성과 직장생활의 루틴(Routine)만 해치지 않는다면, 별상관 하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갈데가 없는 직원에게 새로운 직원은 내심 반갑다. 얼마나 오래가 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해당부서에서 자신 보다 업무를 잘 모르고 동료가 생긴 것이고, 기존에 있던 다른 직원들과 달리 새롭게 합류한 직원은 본인을 무시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당분간...
그렇다면 새로 합류한 직원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
우선은 옮긴 조직의 분위기 파악이 시급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조직에서 칭찬 받고 환영 받을 만한 행동이 옮긴 조직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출근시간에서 부터 보고서 양식까지 '다름' 투성이 일 것이다.
분위기를 파악하다 보면, 인맥지도가 보인다.
시간이 지나다보면 직원들간의 친소관계 뿐 아니라 권력구도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물론 이런 것들이 보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개인별로 차이가 클 것이다.
승부를 보고자 하는 직원이 새로 합류한 직원에게 자신의 서열을 과시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설파할 수도 있고, 갈데가 없는 유형의 직원이 자신들이 인사평가나 조직내 처우에 대해 피해 본 하소연을 쏟아 낼 수도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 관계가 파악되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카르텔'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직내 카르텔은 조직에서의 지위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첫째 직원 간 카르텔이다. 어느 조직에서든 직원들의 비율이 가장 높으므로 카르텔의 숫자로 보면 가장 많고 광범위 할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 간의 카르텔은 '정보력'이나 그 들이 그리는 그림의 수준이 생각 보다 수준이 낮을 때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뿌리 조직의 힘이 느껴 질 정도로 완결성 있어 보일 때도 있다. 카르텔의 중심에는 해당 부서의 터줏대감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 자타공인 임원의 복심이라 불릴 정도로 상급자나 차상급자 이상을 등에 업고 있는 사람이 중심을 잡고 있기도 하다.
둘째 팀장 간 카르텔이다. 만약 조직에 5명이 팀장이 있고 팀장들에게 배분된 힘의 양이 100이라고 할 때, 절대 균등하게 그 힘이 20씩 나누어 갖지 않는다. 어떤 팀장은 50이상으로 갖기도 하고, 어떤 팀장은 5도 못 갖는 게 현실이다. 임원이 될 떡 잎인지 아닌지는 직원시절부터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임원이 될 그릇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팀장질을 하는 지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난다. 뿐만 아니라, 여러 팀장들의 임원 승진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어떤 조직이든 간의 누구나 아는 비밀 일 것이다. 그런 팀장의 세계에서 소위 '다음 임원 승진 순서라고 생각 하는 팀장'이 카르텔의 중심에 있다. 그 팀장 옆에는 또 그 다음 순서라고 생각하는 팀장들이 줄을 서고, 승진에 목마른 직원들까지 모여들게 된다.
셋째 임원 간 카르텔이다. 사실 임원들은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구밀복검의 달인이다. 회사의 형태가 오너가 있는 사기업이라면 오너 가(家)와의 나름의 사연과 인연이 있고, 오너가 없는 조직의 현재 실세나 해당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관계 인사 등에게 지속적인 네트워킹 작업을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임원들의 카르텔은 직원이나 팀장들의 카르텔에 비해 그 크기가 매우 작다. 노릴 수 있는 당근의 숫자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카르텔의 끈끈함은 단연 최고이다. 그 당근으로 거머 쥘 수 있는 권력이나 금전적 보상이 다른 카르텔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들은 조직의 힘과 자원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세력을 지키거나 강화하는데 활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회사가 잘되는 일 일지라도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여지가 있으면 은근히 딴죽을 걸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카르텔은 어떻게 생겨나게 될까?
아무래도 현재의 회사에서 성공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거나 업무를 통한 성과를 내기 보다는 현재 자신을 둘러싼 회사에서의 실세가 누구인지, 차기의 실세는 누구인지에 관심이 매우 많다.
그리고 사내외를 불문하고 지연,학연 등을 통해 권력이 있는 이들이 참석하는 모임에는 적극적이다. 한편 본인의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영양가 없는 모임참석에는 인색하다.
또한 근무부서를 결정함에 있어 자신의 적성이나 성과창출 가능성 보다는 본인이 클 수 있는 부서, 자신을 키워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기 위해 끊임 없는 사내정치 활동에 매진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협업이나 인적네트워킹 구축 등을 구실로 자신을 중심으로 또 다른 세력을 만들어 간다.
과연 회사속의 카르텔은 무엇이 문제일까?
회사의 각 조직은 존재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해당 존재목적을 이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내에 공식화 할 수 없는 집단이 존재한다면 다음의 3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첫째, 이해의 충돌에서 발생되는 카르텔 구성원의 이기심이다. 만약 전체 회사관점에서는 '실'이 되는 이슈가, 카르텔 구성원에게는 '득'이 될 경우, 이들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결정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인사정책 등 회사의 각종 정책을 왜곡시킨다. 회사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승진'과 '연봉'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업무성과가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로 결정되면, 조직이 정상적으로 작동 될 수 없다.
셋째, 조직문화를 망친다. 끼리끼리 뭉치는 조직내 카르텔의 특성으로 멀쩡한 사람을 왕따로 만들 수도 있고 조직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징계가 마땅한 사람을 감싸주기도 한다.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직의 맨파워는 약해지고 기형적인 조직의 모습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written by 무팀장 (20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