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팀장이 흔히 저지르는...
회사원에게 일년 농사의 결실은 인사평가 결과이다. 그 인사평가의 결과로 성과급을 포함한 급여가 결정되고, 누적된 인사평가 결과는 승진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생각의 폭을 넓혀 보면 인사평가 결과는 회사원 개인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의 인생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보면,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승진을 하고, 승진 후에 지방 발령이 난다면 가족들도 이사를 가는 경우도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야말로 인사평가의 나비효과가 대단한 만큼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인사평가란 조직구성원의 능력, 태도, 성과에 대한 평가로서 대개 사전에 설정된 목표나 기준에 의거하여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정기적인 기업활동이다. 작게 생각하면 인사평가는 회사의 직원관리의 수단의 하나 일 수 있겠으나 조직 전체로 보면 회사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전략적 활동이다. 특히 경영에서 차지하는 인적자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인사평가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바로 그 인사평가의 정점에 팀장이 있다.
최근 국내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702명을 대상으로 인사평가와 관련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네명 중 한명은 전년도 인사평가 결과에 불만족 한다고 나타났다. 또한 재직 중인 회사의 인사평가 제도에 대해서는 전체 조사대상 중 36.2%가 ‘평가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는데, 직장인의 75.1%는 본인이 재직중인 회사의 인사평가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다. 솔직히 이러한 사실은 굳이 설문을 통하지 않고서도 팀장 정도의 직장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회사에서 승승장구 하는 몇몇은 인사평가를 신뢰하고 결과에 만족하겠지만 그 이외에는 어떤 형태로든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겠다.
기업들 역시 인사평가의 신뢰도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평가제도를 운영한다. 성과평가, 역량평가, 다면평가(360도 평가) 등을 운영하는데 대체로 상대평가 방식을 따르는 곳이 많다. 하지만 인사평가의 신뢰도는 평가제도 자체도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평가자(팀장)에 대한 피평가자(팀원)의 인식일 것이다. 팀원 본인이 팀장을 신뢰할 수 없으면 그로부터 받은 인사평가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팀장은 일년간 팀을 리딩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업무목표 달성과 역량향상과 같은 평가요소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서로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 본인의 인사평가에 대해 팀원들이 수긍하게 된다.
팀장도 사람인 만큼 평가과정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특히 본인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음에도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 인지가 가능함에도 실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오류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관대화 오류(Leniency Error)이다. 말 그대로 팀장이 평가에 하는 과정에서 팀원의 성과나 능력을 실제 보다 관대하게 평가하는 데서 오는 오류이다. 만약 평가가 상대평가 또는 고과별 강제배분 형태가 아니라면 관대하게 봐주는 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특정인이 피해보지 않는다면 관대하게 주는 것이 서로 간의 관계형성에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업은 상대평가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누군가를 관대하게 봐주면 누군가는 인색하게 봐야하는 상황이 놓이게 된다, 팀장 입장에서는 굳이 계속 얼굴 보며 지낼 부하직원에게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보다는 관대하게 봐주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관대화 오류 때문에 누군가가 피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연공 오류(Seniority Error)이다. 인사평가 과정에서 피평가자의 연공적 속성, 즉 나이나 직급연차, 근속연수 등이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한팀에 대리가 두 명이 있을 경우 한 명은 대리 2년차이고 다른 한 명은 대리 4년차 일 때, 개인별 업무목표 달성이나 개인별 역량으로 정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둘 중에 선배인 4년차 대리에게 후한 점수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류이다. 일부 팀원들 중에도 본인이 팀내 평가 경쟁자 보다 높은 연공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경우 업무성과 결과와 별개로 연공적 평가오류를 노리며 은근히 팀장을 압박하는 직원들도 있으므로 조심 해야겠다.
셋째, 평균화 오류(Averaging Error)이다. 평가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팀원들을 보면 잘하는 팀원들은 항상 잘한다. 반면 역량이 부족한 직원들이 하루 아침에 우수사원으로 거듭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여러 팀원들을 평가할 때 아무리 걸출한 팀원이라도 몇 년간 최우수 고과를 주기는 쉽지 않다. 반면 성과가 부족한 팀원이라도 연속으로 부진한 고과를 주는 것은 부담스럽다. 평균화 오류는 이런 부담을 갖고 있는 팀장이 다년간에 걸쳐 좋은 고과를 나누어 주는 경향을 말한다. 또는 팀장이 세명의 팀원에게 줄 수 있는 평가가 A/B/C 일 때 누군가에게C를 주는 부담 때문에 모두에게 B를 주고 싶을 때 발생하는 오류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편차없이 평가를 진행하면 평가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팀장 본인도 인지하는 못하는 사이에 범할 수 있는 인사평가 오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팀장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오류라는 것은 거꾸로 얘기하면 팀원들이 그 오류를 역으로 이용하여 본인의 인사고과를 챙기는 꼼수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평가자가 인지 못하는 대표적인 평가오류 세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후광효과(Halo Effect)이다. 특정 팀원의 장점이나 단점이 평가지표와 상관없이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후광효과에 의한 평가 오류이다. 만약,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을 핸디캡으로 안고 살아가는 팀장이 팀원을 평가함에 있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해외유명대학 출신의 직원에게 높은 고과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후광효과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겠다. 팀장들 역시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커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둘째, 시간적 오류(Recency Error)이다. 평가자가 인사평가를 함에 있어 기억하기 쉬운 최근의 성과나 업무결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대개의 회사는 일년에 한번 또는 상하반기에 나누어 두 번 인사평가를 할 것이다. 물론 수시로 또는 분기나 월단위로 평가를 하는 회사도 있겠지만 대개 그렇다는 말이다. 상하반기로 나눠서 평가를 하는 회사라고 하더라도 하반기 평가를 더 중요하게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하반기 평가결과가 그 해의 종합적인 평가나 승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연초에 놀던 직원들이 가을만 되면 티를 팍팍 내면서 일하는 것이 바로 평가자의 시간적 오류를 노리고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셋째, 유사성 오류(Similar to me Error)이다. 평가과정에서 평가자의 성격, 취미, 가치관 등과 비슷한 그것들을 가지고 있는 피평가자들에게 호의적 평가를 주고 싶어 지는 오류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본인과 비슷한 사람에게 일체감을 느끼고 호감을 갖게 마련이다. 가령 팀장의 정치적 성향이 강한 진보 성향인데, 특정 팀원의 정치성향이 극단적인 보수라면 해당 팀원은 자신의 정치성향을 사석에서라도 드러내기 어려울 것이다. 본인의 정치성향이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팀장이 애연가인 경우, 하루에도 몇 번씩 팀장과 함께 담배를 피우는 동료가 인사평가를 잘 받게 되면 본인이 담배를 피우지 않아 손해 봤다는 생각을 들 수도 있다.
다시 얘기하지만 팀장도 사람인 이상 인사평가 과정에서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 직원 개개인에게 인사평가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해야 한다. 인사평가에 진지하지 못한 팀장은 팀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인사평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류들은 팀장 본인들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평소에 꼼꼼히 챙겨라.
(출처: 슬기로운 팀장생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562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