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 국립극장레퍼토리시즌
아서 밀러의 원작을 보지 못해서 어떤 연극인지는 그냥 팸플릿에 있는 정도만 알고 보았다. 이 필름의 번역과 감수를 한 지인 덕분에 알게 된 작품인데 독특한 무대와 배우들의 걸출한 연기가 아주 진을 쏙 빼놓는다.
이 연극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바다를 건너와 부두노동자로 일하며 미국의 하층민으로 밀려들어온 이태리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지독한 가난 속에서 가족을 유지하는 방법은 틈이 없이 견고한 가부장제의 욕망이다. 특히 무대에 나지막한 유리를 설치하여 모든 배우들의 맨발을 비추는데 아마도 바닥이라는 상징과 결국 그 바닥에서는 모두가 같은 모습일 수밖에 없다는 무언의 암시가 담겨있는 듯하다. 우리는 늘 이태리인이거나 젊거나 잘생겼거나 하는 발 위의 이야기를을 보고 살아오지만 결국 아무것도 신지 않는 다 똑같아 보이는 하얀 발은 그 구별을 무색하게 만든다. 서로를 환영하든 서로를 증오해 칼부림으로 피바다가 되던 그들의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 섬뜩하게도 느껴진다. 집요하게 자신의 욕망을 놓지 못하는 에디 카본역의 마크 스트롱의 연기가 징글징글 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 연극의 제목인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은 결코 그들의 발을 볼 수가 없는 제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리에서 내려다보면 그들의 감추어진 하얀 발을 절대 볼 수 없다. 연출은 의도적으로 관객들에게 그리고 배우들에게 유리에 비치거나 투명하게 보이는 결국 모두 똑같아 보이는 그들의 하얀 발을 메시지처럼 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