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포네 트릴로지 (2015, 2016)

암흑의 시대 비운의 인간사

by coron A

무대는 둘로 나누어진 객석 사이에 놓여있는 렉싱턴 호텔 661호. '나쁜 일은 같은 곳에서 일어난다.'는 카피를 뒤로하고 관객들은 모든 배우들이 손에 잡힐 듯 한 이곳에서 모든 사건을 함께 한다. 이 세편의 이야기는 제목처럼 알 카포네라는 전설이 된 갱스터가 풍미하던 시대를 함께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1921년 카포네는 이미 시카고를 장악하고 있던 그에게 스승과도 같았던 조니 토리노와 파트너를 이루며 시카고 갱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23년 그의 가족들은 모두 범죄의 도시 시카고에 정착하게 된다. 스트립 쇼 <로키>를 연기하는 클럽 최고의 광대 롤라 킨도 그 날 마지막 쇼를 끝으로 그 다음날 회계사 데이빗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전날 밤은 순탄하게 지나가지 않는다. 그녀는 순진한 회계사에게는 사기를 치고 갱단 니코와는 야반도주를 시도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불운한 방 렉싱턴 호텔의 661호는 운명처럼 그녀를 죽음으로 인도하지만 주인공인 롤라 킨의 화려한 매력은 이 모든 일들의 여정을 흥미로운 코메디로 이끌어 간다. 이런 슬픈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싶게 이 극은 즐거운 볼거리들이 넘쳐난다.


카포네의 갱단에게 불운하게 살해당하는 롤라 킨의 약혼자이자 회계사였던 데이빗이 주장했던 것처럼 1931년 탈세로 인해 11년 형을 선고 받은 카포네는 1934년 아무도 탈출할 수 없다는 악명 높은 감옥 알카트라즈로 이송되고 조직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내 멀린을 끔찍이 사랑하는 조직의 2인자 닉 니티는 카포네 못지않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갱단 패밀리의 딸인 멀린을 아내로 두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는 삶을 꿈꾸며 은밀한 갱의 삶을 살아오다 카포네의 부재 후 신속하고 조용히 조직을 장악하려 하지만 역시 그 렉싱턴 호텔 661호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의 냉철한 음모의 칼끝은 오히려 자신을 향하게 되고 661호의 창밖으로 몸을 던지는 최후를 맞는다.


1939년에 가석방된 카포네는 알카트라즈에서의 수감과 매독의 후유증으로 종이호랑이가 되어갔지만 그의 전설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언론을 잘 이용했던 카포네는 여전히 지하세계에서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1943년 죽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 종적을 감추고 죽은 아내와 함께 렉싱턴의 661호에 숨어든 남자가 있다. 죽음의 향기로 가득한 6개월이란 시간을 오로지 아내와 함께 보낸 이 남자 빈디치의 복수를 향한 광기는 집요하고 불안하고 슬프다. 그런 어느 날 이 661호에 두스의 딸 루시가 찾아온다. 복수의 대상인 두스의 딸 루시, 그녀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두스를 향한 복수에 결정적인 조력을 약속한다. 왜? 빈디치는 강한 의문을 가지지만 그 이후로 이 복수극은 구체화되고 실행되기 시작한다. 복수극의 대상이 될 두스의 전사는 흡사 1998년 커티슨 핸슨의 영화 <LA 컨피덴셜>을 떠오르게 한다. 이미 세력이 위축되고 있는 카포네의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는 부패한 공권력에 의해 돌아가고 있으며 조직 내의 자중지란은 이미 <루시퍼>에서 암시하고 있다. 악마 같은 존재인 두스 그리고 그 위에 군림하는 루시 하지만 빈디치는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아내의 복수를 위해 카포네라는 전설적인 이름의 광기와 고별을 고한다. 카포네가 실재로 여가를 즐겼다는 렉싱턴 호텔의 작은 방에서 일어나는 30년이란 세월을 역어내는 이 이야기들의 결말로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이 세 편의 연극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이 겪는 일들은 카포네의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의 삶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로키>에 등장하는 롤라 킨은 니코와의 도주를 계획하며 이렇게 말한다. “시카고에서 갱스터의 애인이 되지 않으면 살수가 없어.” 하지만 그녀는 모든 계획에 실패한다. <루시퍼>에서 갱단의 2인자 닉 니티의 아내로 살았던 멀린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만든 닉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었는데 나만 몰랐어.” 결국 <빈디치>에서 등장하는 루시는 여자 카포네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팍팍하고 불안한 삶을 벗어나기 위한 그녀들의 몸부림이 안쓰럽다. 렉싱턴의 661호의 운명이 불행했던 것은 결국 범죄라는 부조리가 세상을 장악했기 때문이고 그 시대의 갱단의 역사를 살펴보면 야만의 시대가 따로 없다.


작은 호텔방이란 독특하고 특별한 무대에서 배우들과 함께 인물들의 비극적인 결말을 온몸으로 체화하고 열정적인 배우들의 커튼콜을 뒤로한 체 661호를 나설 때 그 경험한 듯 느껴지는 알 카포네의 시대는 불운한 인간사의 한 부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20세기 초기를 장식한 범죄자로 사회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21세기 현재까지 영감을 주는 전설이 된 알 카포네의 방대한 범죄의 밑바닥에는 결국 정치권력과 결탁한 협잡이 존재했었다. 범접할 수 없는 전설로 그 모든 것을 덮고 있지만 인간사에서 부조리는 끊어내기 힘든 삶의 일부분일 뿐이고 미약하게라도 그 협잡을 끊고 고쳐나가는 일들을 해냈던 것이 암흑의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힘겨운 역사이다. 정말 징글징글하게도 인간사는 늘 반복된다. 하지만 최악을 똑같이 반복하지는 않는다. 어떤 시대를 살던 지나온 역사를 타산지석삼아 조금 더 달라지고 조금 더 나아진 삶을 이루고자 사람들은 꿈꾼다. 시절이 하도 하수상하니 이런 연극이나 책들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야만 같은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은) 좋은 시대를 살 수 있을까?


참고 루치아노 이오리초 [알 카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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