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쇼핑 앱을 엽니다.
검색하고, 상품을 비교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정말 ‘광고’를 보고 있다고 느끼고 있을까요?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모든 순간에는 이미 광고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광고는 늘 유통의 바깥에 있었습니다.
TV, 신문, 포털, SNS에서 관심을 만들고
그 다음에 구매가 일어났습니다.
광고는 고객을 끌어오는 역할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광고는 고객을 데려오는 대신,
고객이 이미 와 있는 곳에서 작동합니다.
바로 유통 플랫폼 안에서 말이죠.
이 변화의 배경에는
이커머스 시장의 구조적 전환이 있습니다.
한때 이커머스는 두 자릿수로 성장하던 시장이었습니다.
트래픽만 늘리면 매출이 따라오던 시기였죠.
하지만 지금의 이커머스는 성숙기에 들어섰습니다.
성장률은 둔화되고, 경쟁은 심해지고,
물류와 마케팅 비용은 계속 증가합니다.
이제 플랫폼에게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남기느냐”입니다.
이 지점에서 광고가 다시 등장합니다.
유통의 본업인 상품 판매는
마진이 낮고, 비용 구조가 무겁습니다.
반면 광고는 다릅니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 이미 모여 있는 고객, 이미 쌓여 있는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추가 재고도, 추가 물류도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유통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같은 선택을 했습니다.
유통 플랫폼을 광고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입니다.
리테일 미디어란,
상품 판매와 전시 공간을
광고 인벤토리로 전환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온라인에서는 검색 결과, 추천 영역, 상품 상세 페이지, 장바구니와 결제 화면이 광고가 되고,
오프라인에서는 매장 내 디지털 사이니지, 진열대, 동선 자체가 광고 매체가 됩니다.
중요한 건, 이것이 단순한 ‘배너 광고’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리테일 미디어가 강력한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퍼스트파티 데이터입니다.
유통사는 고객의 실제 검색, 장바구니, 구매 데이터를 직접 보유하고 있습니다.
둘째, 구매 시점 타겟팅입니다.
고객이 결정을 고민하는 가장 전환 가능성이 높은 순간에 광고가 노출됩니다.
셋째, 폐루프 측정입니다.
노출 → 클릭 → 구매 → 재구매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됩니다.
광고 효과를 ‘추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이 구조를 가장 먼저 완성한 기업입니다.
검색 결과 상단의 스폰서 상품, 상세 페이지의 추천 영역, 구매 이후의 연관 상품 제안까지
광고는 쇼핑 경험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그 결과, 아마존은 광고만으로
연간 수십 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납니다.
쿠팡, 네이버, SSG.COM 같은 플랫폼들은
광고를 부가 기능이 아니라 핵심 수익 모델로 키우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고객은 이걸 광고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겁니다.
“내가 찾던 상품이 떠서 샀을 뿐”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고객의 행동 흐름을 분석해
가장 설득력 있는 순간에 상품을 배치한 결과입니다.
리테일 미디어의 본질은 광고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경험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유통은 더 이상 상품만 파는 공간이 아닙니다.
고객의 시선을 모으고, 그 시선을 데이터로 해석하고, 다시 매출로 전환하는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유통이 광고를 팔기 시작한 순간,
광고는 더 이상 마케팅 부서의 일이 아니라
플랫폼 전략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리테일 미디어다》는 이 변화가 왜 필연이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까지 확장될지를 다룹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당신의 플랫폼은 여전히 상품만 팔고 있습니까? 아니면 이미 미디어가 되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