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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Sep 03. 2024

물을 좋아하는 국화, 나무수국(木水菊)

 습식 사우나에 온 것 같은 더위가 한풀 꺾였다. 더위는 가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는 처서(處暑)는 마법이었다.


  봄바람, 여름바람, 가을바람, 겨울바람.


 모두 같은 바람이지만 계절마다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모두 다르겠지만 유독 나는 가을바람에게서 느껴지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이 충만함은 무한히 펼쳐진 시간의 지평선 속에서 ‘지금’에 머물 수 있게 도와준다고나 할까.


 어김없이 나의 하루 일과는 정원 안 식물을 살펴보는 일로 시작한다. 봄부터 지금까지 아름답게 피고 지는 장미, 계절을 까먹은 것 마냥 숨어서 꽃을 피운 겹황매화, 가라앉은 새벽 공기에 그윽한 향을 더해주는 꽃댕강나무 그리고 수북이 하얀 꽃송이를 피운 나무수국.


 영원을 약속하듯 지지 않을 당당한 기세로 펼쳐진 꽃이거늘 다가올 계절의 변화 앞엔 속수무책인가 보다.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고개를 푹 숙인 하얀 나무수국 꽃을 바라보면서 다가올 가을맞이를 준비한다.


나무수국(Hydrangea paniculata Siebold)

 낙엽 지는 키 작은 나무로 높이는 2~3m로 자란다. 잎은 마주나거나 3장씩 돌려나기도 하며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가지 끝에서 8~30cm 정도의 원추꽃차례에 흰 장식화양성화가 모여 달린다. 꽃차례에 장식화만 피우는 나무는 '큰나무수국(f.grandiflora)'이며 조경용으로 식재된다.


 헷갈릴 수 있는 이름을 가진 산수국은 꽃이 산방꽃차례를 이루어 나무수국과 구별할 수 있다. 나무수국의 열매는 4~5mm의 타원형으로 9~11월에 익는다. 번식방법은 주로 삽목과 분주로 증식시킨다. 잎이 달린 녹색 가지나 초봄 잠을 자고 있는 가지를 10cm가량 잘라 흙에 꽃아 발근 시키면 된다.

산수국 꽃 (사진출처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나무수국은 하얀 장식화와 양성화를 볼 수 있다. (사진출처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뾰족한 잎 끝과 잎 가장자리의 톱니를 볼 수 있다. (사진출처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 식물 중 하나로 전국 어느 곳을 가더라도 나무수국을 볼 수 있으며 중국(중남부), 일본, 타이완, 러시아(사할린)에 분포하는 식물이다.

활짝핀 나무수국 꽃 (사진출처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활짝핀 나무수국 꽃 (사진출처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추신.

 수국(水菊)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물을 많이 원합니다. 물이 부족하면 꽃과 잎이 금세 시들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지만 충분히 물을 준다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금세 살아납니다.



출처

『한국의 나무』(김진석·김태영, 돌베개, 2018) ‘나무수국’ p326

http://www.nature.go.kr/kpni/stndasrch/dtl/selectNtnStndaPlantDtl1.do?orgId=kp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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