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다. 관리하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뿌리내린 나무와 이름 모를 잡초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풀 한 포기일지라도 알고 보면 깊은 의미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외에도 그 지역의 해발고도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향(向)을 가졌는지 혹은 어떤 기후를 가진 지역인지 궁금하다.
지역이 가진 고유의 특성과 그 땅에 뿌리내린 식물을 앎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자연계에 몸 담으며 식물이 가진 이야기를 알아가는 일처럼 재미나고 흥미로운 일이 또 있을까?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해 조상님 묘를 벌초하고 있었다. 예초기를 정신없게 작동하던 와중에 묘의 봉분에 뿌리를 내린 싸리가 눈에 들어왔다. 싸리는 잔디를 밀어내고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봉분이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던 나는 싸리를 뿌리째 뽑았다. 아뿔싸. 뿌리가 뽑히면서 봉긋한 봉분의 흙도 같이 뽑혔다. 재빨리 나는 흙을 모아 주변 어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봉분의 모양을 잡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봤다. 아뿔싸. 묘 주변으로 싸리가 엄청 퍼져있었다.
"이게.. 어쩌다가...?"
"싸리를 모두 베어버리고 제초제를 한 두 방울 잘린 부분에 뿌릴까.."
독한 마음도 잠시 활짝 핀 싸리꽃에 벌이 앉았다.
"놔둬야겠다."
사실 조상님 묘를 모신 선산에 이름 모를 식물의 침입을 막을 순 없다. 바람 따라, 곤충에 따라, 외부인의 발자취를 따라 확산되는 그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심지어 매일 잔디를 관리하는 유명한 골프장에서도 그들의 침입을 막지 못하거늘.
전국의 산야에 자생하는 낙엽 지는 키 작은 나무로 높이 1.5~3m가량 자란다. 꽃싸리, 조록싸리, 삼색싸리, 참싸리, 해변싸리, 풀싸리(늦싸리), 검나무싸리(쇠싸리) 등 우리나라에 자라는 싸리는 20여 종이나 된다. 잎은 하나의 엽병에 소엽이 3장이 달린 삼출엽으로 어긋난다. 꽃은 7~8월 총상꽃차례에 홍자색으로 피고 9~10월에 열매가 익는다.
싸리는 가늘지만 탄력이 있고 단단하며 물을 품고 있는 함수량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무에 비해 적어 참나무와 비등할 정도로 단단하고 가벼워 마당을 청소하는 싸리빗자루부터 밤에 붉을 밝히는 횃불, 회초리, 소쿠리와 채반, 삼태기 등 싸리는 예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추신.
싸리는 민둥산이었던 우리나라 산림을 녹화시킨 대표 수종입니다. 콩과식물 특성상 뿌리혹박테리아의 활동으로 대기 중 질소를 고정할 수 있어 황폐화된 우리 산지를 비옥하게 만들어준 감사한 나무입니다.
참고자료
http://www.nature.go.kr/kbi/plant/pilbk/selectPlantPilbkDtl.do?plantPilbkNo=31010#dtl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