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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꾼 Oct 22. 2020

다르게 바라보기

"다른 사람의 자리에 앉아 봐, 그러려면 일어나 지금" 



 한 공간에 있었다. 

친애하는 한 리더 모임에서 휴식을 통한 재충전을 위해 모인 어느 날 밤, 20명이 넘는 리더들이 거실 중앙에 모여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날 나는 피곤했기에 합류하기 어려웠고 무리와 좀 떨어져 계단 위 소파에 몸을 맡긴 채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왁자지껄 큰 목소리를 내며 화통한 웃음과 에너지를 쏟아 내고 있을 내가 늘 있던 자리를 벗어나 주변인으로서 관찰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보였다. 각 사람의 특성과 실체가.. 

늘 있던 자리를 벗어나 바라보니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 보였던 것이다. 



낯선 곳으로 이동하면 새로운 시선이 생기고 

새로운 시선을 가지면 마음의 눈으로 보아 

발견하게 된다. 


20명 남짓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자기 말을 하고 있었다.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반응하고 게임을 시작한 후 누군가 틀려 멈추게 되면 각자 반응하고 다시 가르쳐 주고 웃고 지시하고 또 다른 방식을 설명하고 혼내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상상이 가는가? 다시 말해 아무도 남의 얘기를 듣지 않으면서 모두가 자신의 아는 바를 주장하며 말하고 있었다는 거다.

2시간이 다 되도록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유일한 사람, 

침묵하며 듣고만 있는 그가 오히려 강해 보여 눈길이 갔다. 

휩쓸리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그. 지금의 내 남편이다. 

평소에 잘 느끼지 못했던 

그의 성향과 성품을 다른 자리에서 바라보니 새롭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날이었다.     




우리는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사람에겐 그런 경향이 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면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한다. 자기만의 관점은 고정된 관념이다. 고정관념은 새로운 것을 보는 데 방해가 된다. 볼 수 있어도 못 보고 듣고 있어도 못 듣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고정관념 때문이다.

 매일의 일상을 새롭게 할 수 있다면 소소한 설렘과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제일 중요하다


내가 늘 바라보던 시선에서 방향을 틀어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생각과 다른 말을 가질 수 있다. 

누구나 바라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새로운 자리에서 바라보자. 

평범한 것이 특별하게 보이고 특별한 것이 평범하게 보일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특징이 있다.

 ① 대세에 휩쓸리지 않는다.

   이들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므로 다수로 모이는 의견에 휩쓸려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바라본 대로 생각하고 느낀 다음 소신껏 말한다.

 ②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고 배려한다.

   자연스럽게 소수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다. 

누구나 하는 생각을 넘어서기에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폭이 넓다. 

  다른 시각의 소수를 침묵으로 소외시키지 않는다. 다수가 보지 못하는 걸 보고 하지 못하는 말을 하는 

소수의 사람을 잘못이라고 단정 짓거나 몰아세우지 않는다.

 ③ 다르게 보는 힘이 있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보며 도드라져 보이는 것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할 줄 안다. 다른 시각을 수용하고 점검해 보기를 놓치지 않는다. 새로운 생각을 인정하고 늘 해오던 기존의 관습에 의문을 던져본다. 

다르게 바라본다는 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이다. 

늘 바라보던 대로 본다면 새로운 것은 배척될 것이다.

 ④ 격려와 희망의 긍정적인 말을 한다.

  한 사람의 다른 의견을 존중할 줄 알며 타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 읽을 줄 아니 상대의 마음을 만져주는 말을 한다. 자연히 주변에 사람이 모이고 그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면 다각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입체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겉모습과 내면의 안정적인 내 자리에서 과감히 이동하는 의지와 실천이 수반된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아 다른 말을 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① 자리 옮기기 : 시선을 바꾼다.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저 사람이라면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② 틀 깨기 : 지금까지 확신하고 있던 개념과 상식의 찍기 틀을 깨고 나온다.

 ③ 반대편에서 변한 자신 마주하기 :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생각과 상식을 만나게 된다.

 “내 위주로 생각했을 때와 다르군. 내가 믿는 게 저 사람에게는 비상식적일 수도 있겠다.”


사람에게는 관점의 전환으로 생각이 바뀌는 과정을 방해하는 경향성이 있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새로운 생각이 기존에 확신하고 있던 정보와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경향을 말한다. 이것은 새로운 관점을 걸러낸다. 고정관념이나 편견과 통하며 생각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뿌리이다. 워런 버핏은 말했다.

 “우리가 늘 하는 실수는 자신의 사고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새롭고 특수한 정보를 그냥 지나치는 것이다.”

 그는 확증 편향의 모순을 염두에 두며 늘 자기 생각이 새로워질 수 있게 점검했다.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생각이 날 때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 

나와 상대의 새로운 관점에 관대할 필요가 있다. 쉽지 않지만, 

자기주장에 의문을 품고 끊임없이 확증 편향을 견제하는 것은 고정관념을 깨는데 필수이다.



 우리는 누구나 불완전하다. 나는 저 사람에게 상대방은 나에게 누구라도 상대적으로 비상식적일 수 있다.

 그래서 거꾸로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하다. 바로 역발상이다. 역발상은 생각의 전환이다. 

전환하는 기회를 통해 시각의 폭이 넓어진다. 선입견에 휘말리지 않고 자기 편견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장담하며 말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은 드물다. 당연한 것이라도 당연하게 말하지 않게 된다. 

내게는 당연한데 상대로서도 이해가 되는지 다시 살핀다.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면 사려 깊어진다. 그는 깊고 유연한 말을 가진다.

 유연한 말을 하는 사람은 상황과 사람에 대해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해석할 줄 안다.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으니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지금은 힘든 시기야. 모두가 어려운 이때가 오히려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기회야. 

분열의 위기를 딛고 협력하자.”

 자신의 가능성을 넓히는 말이다. 다른 해석으로 말이 바뀌었고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새로운 관점을 수용하여 다르게 말하는 방법이다.

 ① 상반된 뜻의 말을 배치하는 명명법이다.

 “어린이는 교사다.”

 “낮추면 높아진다.”

 “죽으면 산다.”

 상반된 말들의 명명화는 관점의 전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새로운 가치가 필요할 때 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신선한 의미를 창조하여 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 계몽의 역할도 가능하다. 캠페인으로도 좋다.

 “엔지니어는 예술가이다.”

 스티브 잡스는 역발상의 명명법으로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었다. 흔히 생각하기로는 엔지니어와 예술가는 연결성이 희박하다. 엔지니어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티스트처럼 감각적이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새롭게 정의 내렸다. 색다른 시선을 통과한 말이다. 이 말을 들은 기술자들은 역할로서의 정체성이 긍정적으로 확립되었을 것이다. 계몽 효과다.

 ② 다른 시선의 경험을 통해 깨달아 알면 관점이 변하고 그에 따른 말이 나온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의 사례이다. 

훈육이라는 주제가 무르익어가던 어느 날, 내가 강조했던 핵심 메시지는 ‘다르게 바라보기’였다. 

입장 바꾸어 몸소 경험할 수 있도록 역할극을 할 때였다.

 “쟤 또, 또, 저런다. 도대체 왜 못 알아듣지? 일부러 저러나?”

 한 집단원이 요즘 들어 교사로서 힘들다며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온다고 했다. 어느 날 응가를 한 아이가 온갖 주변에 자신의 변을 묻히고 있어 경악했던 상황을 공유했다. 

역할극 중 그 교사가 아이 역할을 맡도록 했다. 역할극을 마친 교사는 말했다.

 “그 애가 되어보니 어쩌면 자기 변을 치우려고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할극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답이 없다고 여겼던 아이가 되어보니 아이의 관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각도의 시선이 다른 말을 낳은 것이다.

 “기다려 주기 싫어서, 다르게 보고 싶지 않아서 귀를 닫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 방식이 옳다는 걸 확인받으려고 근거를 찾기 위해 오늘 여기 왔나 봐요. 

이제부터는 새로운 시선으로 봐주고 기다려 주는 교사가 될게요.”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달리 보이고 다른 말을 하게 된다. 몰랐던 상대의 입장을 알게 되니 자신의 견고한 고정관념이 부끄러워진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편견에서 벗어나 새롭게 말하면 새로운 가치를 전파하는 유연한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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