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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꾼 Oct 23. 2020

가슴으로 하는 말은 가슴의 온도를 변화시킨다

"맞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지, 내게 이런 면이 있어."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처한 상황에 나를 욱여넣으며 살아갈 때가 있다.

 자신의 의지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간다기보다는 살아지고 있는 것이다. 눈 앞에 놓인 것만 보이고 그것에 매여 에너지의 흐름은 불안과 불평의 연속선에서 어느새 상황과 타인의 욕구를 채워주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럴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누군가의 말은 살아지고 있는 나 자신을 알아차리게 한다.    


 누군가의 말이 어떤 이에게는 평범한 말이고 어떤 이에게는 온 가슴을 채우는 말이 되기도 한다.

 가슴에 채워진 말은 그 사람의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지나가던 길에 쓰여 있는 문구 하나가 잊히지 않아 누군가를 회심(回心)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말은 본질을 불러일으킨다. 삶을 지탱하는 내면의 자기 지침을 되찾고 변화하게 한다. 



말 한마디에 버틸 수 있는 내적 힘이 생기는가 하면, 누군가는 나락으로 떨어져 아프게 한다. 

누군가를 살리는 말을 한다는 건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상대에게 감동을 주고 각인시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대화 기술을 익혀 능수능란하게 말하면 될까? 아니다. 순발력이 뛰어나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을 하면 될까? 아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멋진 말을 기억했다가 따라 해도 내 말이 아니니 감동될 리 없다. 

가슴으로 하는 말, 즉 진정성이 담긴 말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늘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이 가득할 때 드러난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 깊이 느꼈을 때 가능하다. 

감동이 있는 말은 평범하다. 

특별한 내용이거나 금테를 두른 미사여구로 꾸며진 말이 아니다. 울림이 있는 말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하다. 온전히 그 사람으로 마음이 가득 채워져 있을 뿐이다.

 그 마음이 말의 옷을 입고 전달될 때 상대는 오래도록 생생하게 기억한다.

말은 가볍고 평범하지만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뿌리는 견고하다. 내 마음의 뿌리에서 자라나 진정성이라는 열매가 된 말은 가슴에서 우러나온다. 

가슴으로 하는 말은 상대에게 울림을 주고 가슴의 온도를 변화시킨다.      




 브런치에 <MYSC 김정태 대표 – 내면의 침묵을 배우고 다스리는 공간>이라는 글이 있다. 엠와이 소셜컴퍼니(MYSC) 대표이자《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의 저자이기도 한 김정태 대표의 이야기이다. 어릴 적 자신에 대한 부모님의 신뢰로 삶의 방향이 어떻게 전환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반항적인 기질이 많아 꾸지람을 자주 들었다. 때로는 문구점에서 원하는 것을 슬쩍 들고 나오기도 했다. 부모님 친구 집에서 지갑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에게는 전교 1등을 하는 누나가 있었고 

그와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가졌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난 사회에서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해.”

 중학교 2학년 어느 날, 학교 공금에 손을 댔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부모님께 차마 전하지 못한 채 등교했다. 아버지가 학교에 오셨고 자신을 찾는다는 말을 친구에게 전해 들었다. 엄청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으로 멱살 잡힐 것을 예상했다. 마주한 아버지는 한마디 말없이 흰 봉투 하나를 꺼내 건네시고 가셨다. 자신이 횡령했던 금액의 돈이 들어있었다. 그날 밤, 늦게까지 배회하다가 집에 들어가자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힘들었지? 피곤하겠다. 얼른 씻고 자라.”

 부모님은 돈을 훔친 아들에게 소리치며 혼내지 않으셨다. 이유를 묻거나 잘못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았고 훈계도 없었다. 때리기는커녕 그것에 대한 말은 전혀 없었다. 그저 아이가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혼자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지 헤아려 주시는 말이었다. 헤아려주시며 당신들의 잘못이라고 자책하고 가슴 아파하는 마음을 전하고 계셨다. 그 말은 아들을 향한 사랑이며 가슴으로 하는 말이다. 

부모님의 마음과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진 말은 진정성이 순도 100% 이기에 가슴을 울렸다. 그의 마음이 순화하는 시작점이 된 것이다. 태도가 바뀌어 사회에 대해 역행하지 않는 삶으로 변하게 된 계기였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예술 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잠시 슬럼프에 빠졌을 때의 일이다. 내담자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느끼는 만족감이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다. 몸이 점점 힘들어지니 어느새 입에서 불평이 잦아졌다. 

그러던 중, 예전에 일하던 회사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어떡하지? 다 그만둘까? 예전에 하던 일을 다시 그냥 할까? 너무 힘들어서 그러고 싶다.”

 예전 일은 익숙하기에 좀 더 쉬우며 조건이 더 안정적이었다. 전혀 다른 에너지를 쓰는 상담 일은 정신과 육체의 피로도가 높았다. 전문가로서의 현재를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끝없이 공부하는데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해야 했다. 점점 기운이 빠졌고 인내의 한계가 느껴졌다.

  큰 결정을 할 때 나는 표를 만들어 A를 선택해야 할 이유와 택하지 않을 이유를 적는다. B를 선택할 이유와 택하지 않을 이유, 택했을 때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쓴다. 이처럼 깊은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할 때 주로 쓰는 방법으로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식사 중 심각한 나를 보시고 물으시는 부모님께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다. 사회적인 기준으로 안정된 조건의 제안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나의 고민에 공감해 주셨다. 며칠 후 아빠가 말씀하셨다.

 “결정했니?”

 “이미 넌 알고 있어.”

 “네가 좋아하는 거 해. 너 하고 싶은 거 해.”

 아빠의 이 한 마디가 몇 주 동안 고심하던 내 마음의 요동침을 잠재웠다. 거대한 위로의 파도가 되어준 말이었다. 어떤 조건 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나를 인정해 주고 존중받은 느낌이었다. 내 입장에서 생각해 주시고 내 감정과 고민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상담가로서의 고충과 수고를 보상받을 수 있었던 수용받는 말이었다.



 진정성이 듬뿍 담긴 말의 모양은 단순하고 평범했다.
가슴으로 하는 말은 깊다.
그 말로 그냥 마음이 든든해진다.     

 



 상대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고 아끼는 마음으로 하는 말은 듣는 사람이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다. 

동시에 말한 사람도 듣는 사람에게 존재 자체로 큰 울림이 된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의 말은 삶을 이끄는 내면의 자기 지침을 되찾게 한다. 평범해 보이는 그 말에 마음의 방황을 마치고 제자리를 찾게 한다.

 

 가슴으로 하는 말은 상대 가슴의 온도를 변화시킨다. 

두고두고 생생하게 기억하며 삶의 고비마다 길잡이가 된다. 


 상대의 시선으로 느끼고 처한 상황을 이해한 후 마음으로 말하자. 가슴으로 말하자. 상대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공감할 때 말은 진정성을 담는다. 그 말은 가슴에서 우러나와 상대에게 큰 울림을 주고 오래도록 생생하게 기억되는 말이 될 것이다. 듣는 이는 가슴의 온도가 변화되어 삶이 변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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