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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꾼 Jan 01. 2021

모든 관계는
나와의 대화로부터 시작된다 I

“정말 잘 견뎌왔다.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수고 많았어!”

 

 상담을 의뢰한 대학 강사 지호 씨는 누구든 징징대는 사람을 견디기 어렵다며 찾아왔다. 교육생 중 칭얼대는 사람에게 독설을 날려 자신이 힘든 만큼 상대도 아프게 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런 사람의 말도 들어줄 수 있는 세련된 대화 기술을 원했다. 들어 보니 칭얼댄다는 정도의 기준이 남달랐다. 의존적이거나 유아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지만, 타인의 약한 모습을 보면 칭얼댄다고 느꼈다.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누며 어린 시절 온전히 수용받지 못했던 지호 씨의 감정 욕구를 알게 되었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부모님은 일로 바빠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 6남매의 둘째인 지호 씨에게 어리광은 사치였다. 어린 지호 씨의 감정을 받아주고 담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감정 욕구가 해결되지 않은 채 성인이 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세련된 대화 기술이 아니었다. 어린 지호를 만나는 거였다. 정지된 그 시점을 살피고 흩어져버린 감정의 조각들을 알아주며 담아주는 과정이 필요했다. 
 “징징대면 안 돼. 나쁜 거야. 징징대 봤자 소용없어. 혼자 해결해야 귀염 받지.” 
 왜곡된 신념이 그동안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현재의 삶에서 도움이 되는지 살폈다. 그 신념이 자리 잡기까지 어떤 것들이 희생되었는지, 극복해 왔던 방법에 관해서 이야길 나누었다.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 후, 징징대는 것에 파르르 떨지 않고 들어주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와의 대화가 필요한 이유 


 딱딱해진 상처가 말랑해져 처치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되면 구부러진 말이 바뀐다. 아파서 치워뒀던 자기 상처를 마주하고 진짜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용기와 마음의 근육이 생긴 것이다. 


외면했던 내면의 나를 만난 나는 진짜 나와 대화한다.


 “칭얼대도 괜찮아. 아프면 아프다고 해도 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나를 이해해.”

 “힘들 땐 도움을 청해 봐. 생각보다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나와의 대화를 통해 충분히 나를 알아가고 인정해 주는 시간을 갖는다. 자신을 보듬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관심과 존중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허용한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실망도 있었지만 그게 모두 나야.”

 “완전하지 않아도 돼.”

 “정말 잘 견뎌왔다.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수고했어!


 이 과정을 거치면 애정으로 바라보던 나의 시선이 자신에게서 상대에게로 옮겨 간다. 먼저 나와의 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나와의 대화 방법    


 자신과의 대화에는 자기 몸이 말하는 소리를 들어주고 알아차리는 방법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 행동이나 말에 대해 머리는 애써 외면하더라도 자신의 몸이 진실을 알려준다. 싫더라도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아가는 가운데 아무렇지 않다고 뇌가 말해도 몸은 정직하게 말한다. 몸이 말하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 정신과 몸이 일치될 수 없다. 

 게슈탈트 심리치료에서 사용하는 빈 의자 기법은 놓쳤던 자기 소리를 듣는 데 유용하다. 자신의 분리된 정신과 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내면의 외침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법은 해결하고 싶은 상황의 핵심 인물을 가상으로 의자에 앉힌다. 그다음 지금 내게 일어나는 감정과 하고 싶은 말을 빈 의자에 앉힌 상대에게 한다. 바꾸어 자신이 그 말을 들은 상대가 되어 의자에 앉는다. 지금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이를 반복하며 핵심 문제를 찾아 해결해 가는 방법이 빈 의자 기법이다. 

 머리에 식은땀이 나고 배가 콕콕 쑤시며 아픈데 생각이 이끄는 대로 일을 계속한다면 어떨까? 신체적 증상이 더 나타날 것이다. 멈춰 서서 몸이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 줄 때이다. 


 “일이 너무 많아 난 지쳤어. 나에겐 휴식이 필요해.”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다른 방법이 필요해.”

 “지금은 여기까지! 다시 일하고 싶을 때까지 쉬자.”


 내가 사용하던 나와의 대화 방법이 있다. 제삼자의 시선으로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기법이다. 


무대 맨 뒤, 객석에 앉아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나의 삶을 또 다른 내가 바라본다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진정한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만약, 내가 상대라면 어떨까?”
 “만약, 상대가 반대로 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저 상황에서 상대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무대 위 눈앞에 상상하거나 실제 있었던 그 일을 떠올리고 바라보며 놓쳤던 감정을 느낀다. 꽉 쥐고 있어 얽매여 있던 그 감정을 내려놓는다. 그때 내 말이 바뀐다. 실수도 인정하고 갈등 해결 방법을 찾는다. 관계를 잘 끊는 것도 또 다른 관계 맺음이다. 미해결 된 감정 없이 분명한 마음으로 관계를 다시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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