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가 되면 이미 불안해지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마음과 마음이 만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마음’이라고 하면 왠지 개념이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은 진지한 걸 피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오글거린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음에 관련된 말을 엄청하며 산다.
“어때, 마음에 들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듯하여 안심이다. 나보다 그 사람 마음이 중요하지.”
“네 마음이 더 중요해.”
“마음 단단히 먹어.”
“마음이 안 좋다.”
“일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안 통해서 문제야. 사람 마음을 그렇게 모를까?”
“내 마음을 왜 그렇게 몰라? 내 마음은 편하겠어?”
“네 마음을 들여다봐.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보자.”
“수진 씨, 요즘 무척 편안해 보여요.”
“너 얼굴 좋아진 거 보니 마음이 편한가 보다.”
“ㅠㅠ ㅋㅋ ^^ ;;; ”
생략해서 사용하는 표현이나 SNS의 이모티콘들은 모두 마음을 대신 표현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도 늘 하트를 그리고 카드나 문자 메시지에도 하트를 날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만큼 마음에 관심이 많고 마음을 살펴보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본질에 다가가는 핵심이다.
매체를 보거나 영화에서 언제 감동받는가?
모르고 지나쳤던 자신의 마음을 만나 스스로 위로가 되고 힘을 얻어 다시 나로 서게 될 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려 함께 해줄 때
손해 보더라도 가치를 따라 마음 다해 사람을 소중히 여길 때이다.
이런 만남은 영화에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 감동을 주고받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려면 상대의 마음을 아는 게 우선이다. 마음을 알려면 마음으로 들어야 들린다.
상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1) 마음 쓰기
① 마음을 연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Saint Exupery)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와 어린 왕자와의 대화를 보자. 마음과 마음이 만나기까지 서로에게 필요한 마음 열기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너를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여우가 대답했다.
“참을성이 아주 많아야 돼. 우선 넌 나와 좀 떨어져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는 거야. 난 곁눈질로 널 지켜볼 거야. 넌 어떤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씨앗이거든. 그러면서 날마다 너는 조금씩 가까이 앉으면 돼.”
다음날 어린 왕자는 또 찾아왔고 여우가 말했다.
“같은 시간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만약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네 시가 되면 나는 이미 불안해지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거지.”
② 마음을 듣고 안다.
상대의 마음을 들어서 아는 말투가 얼마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미국의 정치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와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의 사례를 보자. 2015년 미국 민주당 경선의 토론회에서 생긴 일이다. 힐러리가 국무장관이었을 때 잘못된 이메일 사용 문제가 불거져 지지율이 하락한 상태였다. 상대 후보였던 샌더스는 말했다.
“국민은 ‘고작 그 이메일 따위’에 지쳤다. 현재에 집중할 때이다.”
과거 일로 곤경에 처한 힐러리의 상황을 이용하여 공격하지 않은 그의 말은 국민의 신뢰를 더 쌓았다. 상대인 힐러리와 국민의 마음을 얻어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이다. 그는 상대와 국민의 마음을 잘 듣고 알아차렸기에 공감 어린 말을 할 수 있었다.
2) 마음 키우기
마셜 B. 로젠버그는 《비폭력 대화》에서 삶의 평화적인 언어로 NVC 모델(Nonviolent Communication, 비폭력 대화)을 소개하고 있다. 비폭력 대화의 모델은 ‘관찰- 느낌– 욕구⸱필요– 부탁’의 절차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에서 NVC의 기본 개념을 적용하여 말한다면 관계의 깊이와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내면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공감하며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이다.
내 마음을 써서 마음을 열고 마음으로 듣는 과정은 참 가치 있다.
우리의 마음이 만나는 경험은 서로의 마음을 키워준다.
문제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나에게 말해보자.
“그는 지금 어떻게 느낄까?”
“그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가 느끼고 원하는 것에 대해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지?”
“지금 난 뭘 원하고 있는가?”
“그에게 도움되는 제안은 뭘까?”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것을 방해하는 건 편견이다. 사회적 기준을 잣대로 보면 문제 위주로 부족한 것만 부각된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기 쉽다.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므로 도저히 마음으로 볼 수 없다. 마음으로 보지 못하면 상대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편견은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을 만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경험했던 나의 사례를 보자.
대학원 시절부터 졸업한 이후 수년 동안 병원에서 임상(臨床)을 통해 환자들을 만났다. 정신건강의학과 보호병동에서의 처음 만남은 새롭고 또한 낯설었다. 임상을 마치면 내담자들의 진단명과 진단 요건인 각각의 특성을 파악했다. 그의 증상을 대입시켜 분석하는 작업이 반복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고서 작성 실력은 좋아졌으나 뭔가 마음이 불편했다. 그토록 원했던 임상 시간이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어느 순간 편견의 색안경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내담자의 말을 들으며 증상을 체크하고 있구나.”
실망스러웠다. 들어도 듣지 못하고 만나도 만나 지지 않았다. 진단명 알기를 치우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집중했다. 한 해를 마치는 나의 소감에 교수님은 가장 중요한 걸 알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말이다. 마음이 만났다는 건 힘겨운 그와 마음을 함께해 줄 수 있게 되어 그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이다.
3)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말로, 자라난 마음 지키기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면 그를 알 수 있다. 마음으로 듣고 알게 된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만나도록 마음을 쓴다. 마음을 주고 얻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중의 하나이다. 마음으로 듣고 사람을 알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말을 한다. 그 말은 상대와 자신을 감동하게 하여 생명의 근원인 마음을 키운다. 자란 마음은 다시 마음을 다해 상대에게 마음을 쓸 때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