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의 축구 페스티벌

축구여행 #002 서울 Seoul

by 라가찌
20160516.jpg 2016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축구여행자

잠실종합운동장의 낡은 세월은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콘테이너 박스 매표소에서 예매 티켓을 찾아 나른한 오르막길을 걸어 오른다. 출입구에서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스태프 사이로 희미하게 그라운드의 초록빛이 보인다. 잔디의 싱그러움은 뒤로 한 채, 한 켠에 마련된 스토어에서 팀의 로고가 새겨진 상품들을 구경하기에 바쁘다. 다소 복잡한 계단 사이로 길을 안내하는 스태프가 또 한 번의 인사를 건넨다. 구단이 준비한 소소한 이벤트를 스태프들과 함께 즐기는 사이에 익숙한 육상 트랙과 마주한다. 그라운드와 근접하게 모여 있는 푸드트럭에서는 맛있는 음식 냄새를 솔솔 내며 관중들을 모은다. 마치 페스티벌에 참여한 느낌이랄까. 가변 좌석에 앉으면 그라운드 너머 잠실의 낡은 좌석이 눈에 들어온다.


원정팀 대구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등번호 15번을 달고 뛰는 한재웅 선수. 대전시티즌에서 뛸 당시에도 부지런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였다. 어느 팀에서나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는 후반 공격 진영에서 더 가까이 볼 수 있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교체 아웃 되었다. 대전시티즌은 지난 리그 2라운드에서 서울이랜드에 2-0으로 패했다. 당시의 경기 결과가 아쉬울만큼 양 팀의 경기력은 지지부진했다. 서울이랜드의 타라바이 선수가 멋진 오버헤드킥 슛을 넣기 전까지는. 골 장면을 넋놓고 바라보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


양 팀의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로 끝이 났다. 경기 종료 후에도 팬들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선수들과 스태프들의 노력이 느껴진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선수들도 정장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와 함께 거닐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시즌이 끝난 것처럼 여유로운 모습이다. 선수들의 피곤함과 승리하지 못한 조바심도 전해지지만, 그 마음을 제쳐두고 팬들과 또 다른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놀랍다. 오월 밤의 축구장은 바람이 차다. 몸도 마음도 따듯하게.


20160516 서울이랜드FC 1-1 대구FC, 잠실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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