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일기_ 몇 번째 서점일기인지 세고 있어요
1. 서점이 생겨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여전히 국민의 1/3은 일 년에 단 한 권의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시대의 양극화 속에서 '독서 문화'도 피해갈 수 없는 영역인가보다. 다독하는 이들이 그나마 독서량 33%의 비율을 채워주고 있다고 감안하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책과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라이프스타일 반경에서 책을 접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책을 권할 수 있는 서점이 생겨나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2. 기존의 서점 문화와 시장을 배려하지 않고 생겨나는 서점은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한다. 독립서점의 운영 방식은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이미 공급율에도 큰 차이가 있어 10% 내외로 할인 판매를 진행하는 온라인 서점과 경쟁할 수 없다.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정가에 책을 판매할 수 밖에 없고, 적립율 또한 독자들을 위한 마음만큼 책정할 수 없다. 이따금씩 반품이 되지 않는 책이 훼손되었을 때에는 이로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대형서점에 익숙한 독자들이 종종 독립 서점에 와서 평상시처럼 책을 180도 펼쳐서 본다거나 ISBN 코드와 책의 표지를 카메라에 담아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작은 서점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독자들과의 마찰이나 불편함에 쉽게 무너진다. 대형 서점과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가끔은 독립서점 내에서도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대다수의 작가분들이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기획하기가 이전보다 쉬워졌고, 프로그램 공모 사업을 통해 기획비 또는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받아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게 된 탓이다. 지원 사업의 경우에는 프로그램 참가비를 받지 못할 때도 있어 도시여행자가 독자들로부터 꼬박 받았던 참가비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오히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할수록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3. 도시여행자는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에 만 원 이상의 참가비를 꼬박 꼬박 받고 있다. 작가와 서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독자들의 윤리적 소비가 필수적이다. 보다 지속가능한 꿈을 꾸기 위해 지원사업과 공모사업에도 참여하지 않는 편이다. (이따금씩 공모사업에 지원하지만 몇 차례 떨어진 적이 있다) 지역에서 만 원의 프로그램 참가비를 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구성원들과 기획 단계부터 치열한 회의를 진행했는데 작가와 만날 수 있는 생동감을 현재 흥행하고 있는 영화 한 편의 가격과 대등하게 가져가기 위한 도전을 하기로 했다. 이런 작은 단위의 프로그램 기획도 대형 서점과 비교되고 싶지 않아 더 치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4. 대전에도 최근 동네서점 (여전히 독립서점과의 기준을 정의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14개까지 늘어났는데, 일시적인 창업붐이 일어난건지 최근 4개가 휴업 및 폐업을 선언하면서 현재는 10개의 서점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유어마인드'와 '스토리지북앤필름' 등의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 출판의 대안적인 영역을 제시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이 독립출판물을 반기고 있다. 최근에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퍼블리셔스 테이블' 등의 기획전을 통해 작가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벌써 10회를 맞이한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경우에는 기획전이 열리는 날을 기다리는 독자층도 꽤 두텁다.
이제는 출판물을 생산하는 작가들을 직접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호기심을 덜 가지는 것 같지만, 여전히 특정 출판물을 기다리고 작가를 응원하는 마음은 이전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독립출판물에 대한 걱정을 한 가지 꼽자면, 독립출판물이 유어마인드를 통해 알려질 때보다 더 다양한 판형과 표현을 갖추어 결과물이 쏟아져 나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독자들도 이런 마음에서인지 독립출판물을 소비하는 비율이 잠시 주춤했다. 대전에 생긴 10개의 서점 중 다수가 독립출판물을 다룬다. 이제서야 대전의 청년층을 비롯한 독자층에게도 독립출판물의 시장이 전해지고 있다.
5. 서점의 창업은 의외로 쉽다. 특히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의 경우에는 창업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서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살면서 한 번쯤은 서점 주인으로 살아보고 싶다며 소박한 꿈을 밝히는 이들이 많다.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즈니스 활동의 의지와 태도라 생각한다. 이후 공간의 임차계약과 인테리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유통 과정에 있어 선매입을 하지 않는 대다수의 독립서점은 초기 창업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엄청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다수의 독립출판 작가들은 본인의 책을 서점에 알리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선유통 후정산' 시스템이 자리 잡은 배경이다. 서점은 한 달 또는 두 달 단위로 판매된 책의 25 - 40% 비율을 작가들에게 정산한다. 사실 이 작업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도시여행자도 약 200여 작가분들로부터 책을 입고 받아 2개월 단위로 정산을 진행했는데, 정산 작업만으로 이틀을 넘길 때가 많아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정산이 너무 힘든 탓에 독자분들에게 권할만한 독립출판물을 선매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전보다 서점에 다양한 출판물을 가져다 둘 수는 없었지만, 큐레이션을 강화할 수 있어 서점을 찾는 이들에게는 서점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서점도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지만,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없으면 서점은 결코 생존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역할인 것 같다. '독립출판물 선매입'을 통해 현재 독립출판물의 유통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되기를 바란다. 미정산 때문에 작가와의 관계가 소홀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의 예로, 독립출판페어를 다녀온 서점 주인분의 이야기다. 몇 개월째 미정산한 작가분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어 작가분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6.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점'으로 포장되었지만 이면에는 '부동산 개발업'으로 책을 통한 영업 이익을 덜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유통망을 갖춘 대형 서점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K문고가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각자의 무덤을 조금씩 파고 있는 셈이다. 독립출판서점을 비롯한 작은 단위의 서점이 '츠타야'와 'K문고'를 무작정 따라갈 수 없는 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 을지로에 새로 생긴 서점도 마찬가지다. 서점은 '책의 본질'을 놓치는 순간, 서점의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당장 '책을 매개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이슈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서점을 방문하는 이들과 지속가능한 공간을 그려나가는 것에는 한계가 느껴진다. '책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책을 읽지 않는 이들에게 어떻게 독서의 접근성을 제시할 것인가, 책을 아끼고 좋아하는 이들을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할 시기다.
NO BOOK, NO LIFE. NO WRITER, NO BOOKSHOP.
서점과 축구장에서 일해요_ 콘텐츠 디렉터_ 라가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