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구성원에 대한 마음

축구팀의 구단주를 꿈꾸며, 서점과 축구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by 라가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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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동안 대전시티즌을 좋아하면서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을 더 많이 겪는다. 잦은 대표이사와 감독의 교체, 무분별한 선수들의 영입으로 애정을 쏟을 수 없는 선수들로 가득찬 이 팀에 과연 '낭만'이란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먹고 살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모여 자기 뱃속만 채우는 팀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낮은 자세로 일하는 분들을 더 애틋하게 챙기고,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면서 팀을 운영할 수는 없는걸까. 그저 새로운 대표이사가 오면 갑작스럽게 파도를 만난 것처럼 줄줄이 내부 변화를 겪는다.


2014년도 브라질 월드컵 특집으로 방영된 SBS 다큐멘터리에서 차범근 감독님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주무 역할을 했던 '토니 휘플러' 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당시 한 팀에서만 45년 동안 선수들의 유니폼을 비롯한 용품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셨다. 지극히 정상적인 축구팀이라면, 조직이라면. 한 명의 구성원과 함께 동반 성장하며 꿈을 이루는 것이 낭만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유독 비상식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진 탓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기피하게 되었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을 돌려 다시 팀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가지게 하고 싶다. (일부는 당신이 뭐라고, 무슨 권한으로 그러냐고 묻겠지만. 이 정도의 낭만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축구팀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온전히 팀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노력과 마음을 짓밟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비상식이 통하는 팀이라면,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이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어떤 가치관과 철학으로 이 팀을 운영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이들을 생각하면 원통하고 치가 떨린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스포츠의 힘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축구가 가진 가치와 철학을 통해 어떤 비전을 가질 것인지, 우리는 함께 어떤 꿈을 꿀 것인지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 채 소중한 구성원을 잃어간다.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어렴풋한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뚜렷했던 팀이 흐릿해져간다. 언제까지 이 팀을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팀을 외면하고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저 조직의 구성원으로 아무런 힘이 없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당신도 마찬가지다. 훗날,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자. 제발.


대전시티즌의 'DCFC'는 'Daejeon Citizen Football Club'의 약자가 아니라, 'Daejeon Citizen For Citizen'의 의미가 더욱 짙다는 것을 인지하기 바란다.


오랜 시간 팀을 위해 헌신한 이규성 트레이너님께 감사드리며, 이렇게 이별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합니다. 다시 이 팀에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규성 트레이너.jpg 출처 : 대전시티즌 재활트레이너 이규성님 페이스북




축구여행자, 김준태

좋아하는 축구팀을 위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축구여행을 하고 있어요. 축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축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축구장에 온 사람들의 표정이 더 궁금한 이유이죠.

텅 빈 축구장 관중석에 덩그러니 앉는 것을 좋아해요. 인기척없는 좌석과 그라운드에서 과거의 사람들을 상상해요. 어느 축구팀이든 화려한 시절을 가지고 있을테죠. 축구장에서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만끽하고, 그 감정들이 도시의 일상으로 번지기를 바라요. 축구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텍스트를 기록해 독립출판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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