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밑반찬을 만드느라 주방에서 종종거렸다.
남편이 가져갈 밑반찬 몇 가지를 만들기 위해 장보기를 하고 집에 도착해서 재료 손질을 하기에 분주했다.
몸도 마음도 바쁘기 그지없는 나와는 정반대로 남편은 신이 났는지 장 보러 가는 것도 즐겁기만 하고 재료 손질하는 것을 옆에서 거들면서도 신이 나 있었다.
마늘을 까서 찧어주고, 파를 손질해 주고 멸치 내장을 떼어내서 식탁에 올려놓았다. 얼마 전부터 '멸치조림'을 꼭 해야 한다며 "멸치조림, 멸치조림"을 읊조리더니 멸치 내장 빼는 것도 금방 마쳤다.
어렸을 적 도시락 반찬에 빠지지 않았던 반찬 메뉴는 거의 비슷했다. 멸치볶음, 단무지무침, 콩자반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들어가는 도시락 필수 밑반찬 3종 세트였다. 돌아가면서 한 가지씩 넣어주고 거기에 김치나 깍두기를 같이 담았다.
어느 날 나는 알게 됐다. 오빠의 도시락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그날은 오빠가 웬일로 도시락을 놓고 갔던가? 그랬을 것이다.
새벽 첫차 버스를 타고 가는 오빠를 보내고 나서 동생 도시락을 챙기셨다.
차례로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가고 나면 다음은 초등학생 차례였다. 왜 그랬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오빠의 도시락이 집에 남아있게 되었던 것. 뚜껑을 열어보니 여느 도시락과 비슷했다.
동생과 나는 남겨진 오빠의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고 행동이 빠른 동생이 숟가락을 들고 와 퍼먹기 시작했다.
한 숟갈 두 숟갈 먹고 있는데 바닥에 뭔가 다른 색깔이 보였다.
"어? 누나, 이 노란색은 뭐야?"
"달걀인가?"
"형은 밥에 달걀이 있어?"
"응"
그렇게 엄마의 깜찍한 첫째 사랑이 들통났다. 닭장에서 닭이 낳는 알은 숫자가 적고 먹을 입은 많으니 엄마는 감쪽같이 밥으로 계란을 덮었던 모양이었다. 시골이라 계란장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냉장고에 보관할 수도 없으니 닭을 키워 낳은 알이 반찬이 되었을 때였다. 닭장에서 갓 꺼내온 계란으로 참기름에 프라이를 해서 도시락 바닥에 넣고 밥을 덮어 은폐했었다.
가끔 그런 도시락이 텔레비전에 나올 때가 있다.
추억의 도시락이 떠올랐다.
오빠의 도시락은 뒤집어야 제맛이다.
요즘 나는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도시락을 싸간다. 사무실이 이사를 하고 나서는 급식 식당이 없는 데다가 근처에 식당도 마땅치 않다. 매일 반찬을 어떻게 할까 고민도 되지만 내가 먹을 도시락이라서 편하게 집에서 먹는 밑반찬으로 담으면 그만이다. 가끔은 오빠의 도시락처럼 계란 프라이를 해서 넣기도 한다. 예전 생각하면서...
내일 반찬은 계란 프라이에 호박 새우젓 볶음을 넣기로 마음먹었다.
호박새우젓볶음
#추억의 도시락 #엄마 #계란 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