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는 누구?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비가 내리다 말다 밀당을 하나 보다. 며칠째 계속되는 궂은 날씨 덕에 기온은 갑작스럽게 떨어졌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나뭇잎이 누렇게 변해갔다. 가로수 울창했던 거리의 나무는 서서히 오색빛깔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노란색, 주황색 알록달록. 지나가는 자동차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서 춤을 추듯 떨어지는 낙엽. 어느새 길거리에 사르륵사르륵 소복하게 쌓여갔다. 색깔이 참 곱다. 못다 한 이야기보따리가 가득한데 같이 풀어놓을 아버지가 더 이상 옆에 없다.
세월이 흘러야 무디어지고,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아직은 이해하기에 어렵다. 무디어지지도, 약을 먹은 것처럼 나아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깊어갔다. 낙엽이 물들어가듯이. 그렇게 슬픔에 젖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진해지는 단풍잎을 붉은색처럼 그리움은 짙어만 갔다.
드넓은 들판이 금빛 물결로 출렁이는 그날에 고향을 돌아보며 단풍 구경을 가자고 했던가. 높은 하늘이 유난히도 파랗고 눈이 부시는 어느 가을날에 엄마를 만나러 가기로 했던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드시고는, 적당하게 뚠뚠 한 배를 만족스럽게 두드리며 집에 도착해서 달달하고 뜨끈한 프림커피를 한 잔 마시며 수다를 떨어야 했을.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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