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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그리던 아이는 사라졌다

by 정아

이맘쯤은 햇볕에 나가 잠시라도 걸을라치면 정수리가 타들어 갈 듯 뜨거웠던 한낮의 열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어젯밤 거실 통문을 닫지 않으니 찬 기운이 목구멍까지 스며들어 기침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제 막 감기에서 벗어났건만 ‘에취’ 재채기를 하고는 문을 꼼꼼히 닫았다.

점심시간. 잠시 사무실의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대기길 전등마저 꺼 놓으면 소란스러움이 언제였는지 모를 한적함으로 가득했다. 점심을 서둘러 마치고 사무실 전등 스위치를 내리면 여유로움이 가득 찼다. 대기실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동안 코로나 같이 독한 감기가 떠나지 않아 혼자서 스스로 격리했던 점심시간을 마치고 대기실 장의자에 나가서 그나마 한쪽 귀퉁이에 앉았다. 감기도 거의 나았으니 오늘은 이야기 속에 끼어보기로 했다. 오늘의 화두는 ‘추석’이었고 직장인이며, 며느리인 사람들은 서로 고민을 나눴다. 매번 명절 앞이면 비슷한 주제와 고만고만한 세상살이 이야기가 또 다른 내용으로 흘러나왔다. 장보기부터 음식 종류와 가짓수, 차례 음식 장만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물가는 왜 그렇게 치솟았는지. 너무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둥 요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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