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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하 Aug 25. 2021

어느 날, 부모님의 치매를 마주한다면

치매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퇴근을 한 시간 남겨놓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마 전에 통화를 했었는데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됐다.


"엄마가 치매에 걸렸어"

"그게 무슨 소리야. 벌써?"

"응, 자꾸 옆집 사람 욕을 하네. 내 말은 안 믿어주고 다른 사람 말만 믿는다고 서운하다면서 화를 막 내더니 전화를 뚝 끊었어. 처음엔 다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했는데 점점 증세가 심해져서 이젠 지치고 힘들다. 누나가 주간보호에 엄마를 보내자고 말하는데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답답해서 전화해 봤어"


  친구의 엄마는 사람이 집에 왔다 가면 물건이 없어진다며, 평소 친하게 지냈던 이웃을 의심하면서 욕을 한다고 했다. 일하는 중에 전화를 걸어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바빠서 전화를 빨리 끊으려고 하면 내 말도 안 들어주고 옆집 사람 편만 들어준다'며 화를 낸다고 했다. 점점 증세가 심해지면서 전화를 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심한 말의 정도가 과해지고 있어서 감당하기가 힘이 든다고 했다. 치매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다며, 얼마 전에는 신고한다며 경찰서에 갔는데 의심하는 것을 안 들어주니 죽겠다고 욕설을 퍼붓고 소리를 쳤다고 했다.


  걱정이 돼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어머니는 결국 주간보호에 가시기로 결정을 하셨고 너무 좋아한다고 다행이라고 했다. 처음에 어머니는 “나를 왜 그런 곳에 보내려고 하냐, 자식들이 다 소용없다. 자식이 몇인데 나를 그런 곳에 보내냐. 죽어도 못 간다. 나는 여기서 죽으련다.”라며 심하게 거부하셨다고 했다. 몇 번의 설득과 직접 방문해서 하루를 보내시고 어머니는 마음을 바꿨고 너무 좋다고 하시니 다행이었다.


  이런 일은 친구의 엄마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돌봄을 받았던 어르신은 한 겨울에 여름 원피스를 입고 예전에 살았던 동네에 가서 한 없이 앉아 있다가 길을 잃어버리기도 해서 생활 지원사가 찾으러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르신은 그곳이 당신이 사는 동네라며 그곳에 가야 예전에 같이 살았던 친구들이 있어서 놀러 간다고 했다. 그곳에 가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자녀는 말했다.


치매예방 인지활동


  다른 어르신은 평소 다니던 병원에 정기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을 찾아가는데 항상 다니던 길을 못 찾아 3시간 넘게 헤매다 겨우 집에 돌아왔다고 했다. 사별로 인한 우울증과 치매가 급격히 심화되면서 식사하는 것을 잊어버려 불규칙한 식생활로 치매는 더 악화되고 있다.


  현대사회의 기술과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생활의 편리함은 삶을 더욱 여유롭고 풍요롭게 해 주었다. 그와 함께 삶이 연장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나이는 높아져만 갔다. 60세 '환갑'을 맞아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살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자식들은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잔치를 벌여 축하했다. 그것도 모자라 61세에 '진갑'이라 하여 진짜로 환갑을 맞이했다며 축하하기도 했다. 60세만 지나서 사망하면 마을 어른들은 '호상'이라며 ‘오래 사셨다’고 했다.  요즘은 70세, 80세, 90세, 100세까지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점점 오래 살게 되면서 예전에는 어쩌다 한 명이 걸려 '노인네가 미쳤다'며 '노망'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네 명 중에 한 명이 걸리는 꼴이다. 바로 '치매'라는  병이다. 치매 조기검진을 받는 어르신은 긴장감이 감돌다가 선별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을 때에야 비로소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나 정상이야? 요즘은 내가 좀 깜빡거려서 걱정이 됐어."


  치매 검사를 받아서 인지저하 사실을 알게 하고 빠르게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조기 치료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치료비와 진단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그 또한 부담감을 덜어준다. 2017년에 치매 국가책임제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혜택이 국가에서 지원되니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의 부담을 감소시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간혹 인지저하 결과에 당황해하면서 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는 분도 있습니다.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위로의 말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위로를 해야 하는 건지, 다부지게 걱정 말라며 안심을 시켜드려야 할지 고민이 됐다. 잠시 시간을 드리고자 휴지를 건네고 조용히 기다렸다. 나이가 많다고 생기는 것도 나이가 적다고 안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알 수가 없다. 이런 경우에는 일을 하면서 슬픔이 함께 했다. 가끔 같이 눈물을 글썽이게 돼 속으로 들이밀었다.


  조기에 발견해서 빠르게 치료하고 치매의 진전을 예방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치매 조기검진 결과로 인지저하가 나와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를 하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일정을 예약하기 위한 메모를 남겼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치매'라고 생각하는 순간 동행한 보호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바라보는 입장에서 같이 침울할 수 없어 밝은 목소리로 톤을 한층 올려 "세밀한 검사를 받아보셔야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으니 진단검사를 예약하시겠어요"라는 안내를 해드렸다. 검사를 받는 모든 분들이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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