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디지털 문맹이 되는 걸까?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꿈꾸며

by 정아

얼마 전부터 전화가 잘 오지 않아서 이상했다. 전화벨 소리가 들려도 발신자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생겨서 ‘전화했는데 왜 연락이 안 되냐’는 말에 당황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휴대전화를 바꾸기로 했다. 가격과 모델을 고른 후 적당한 선에서 일치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매장에 방문할 약속시간을 정했다.

찾아보기로 한 날에 갑작스런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휴대전화 교체일이 하루 이틀 연기됐다. 오늘은 교체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서 만사 재껴 놓고 매장으로 갔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이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기존 전화기에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옮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바쁜 일정이 있어서 가야 한다는 내 말에 직원은 휴대전화기 두 개를 겹쳐서 가져가라며 두 기기를 멀리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고 전송이 완료되면 자료 저장하기를 누르면 된다고 했다. 전화기를 조심조심 받아들고 두 개를 잘 포개서 가지고 나왔다. 집에 돌아와 밤이 되어 한가한 시간이 되었을 때 새 스마트 폰을 들고 이것저것 어플을 열어봤다.

앗! 어플이 열리지 않는다. 로그인을 새로 해야 한다고 메시지가 나왔다. 하나씩 어플을 열어서 로그인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것은 비밀번호를 잃어버리고, 다른 것은 아이디를 잃어버려서 로그인을 할 수가 없다. 로그인 기록을 메모해 놓은 적이 있었는데 휴대폰에 저장해 놓으면 위험해'라고 지인이 귀띔해준 이후 삭제했더니 이젠 아예 모르겠다.

처음 스마트 폰을 사용할 때는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스마트 폰으로 기계를 바꿀 때에 지인은 어플 설치하는 것이며, 조작하는 방법 등을 물어왔다. 그때마다 ‘이런 것쯤이야 얼마든지’라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하며 알려주곤 했었다.

대형마트에 가면 간혹 무인결제기 앞에 서있는 흰머리 가득한 노인 부부를 보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미안해서 일부러 볼일을 보는 척 하며 옆에 서 있었다. 노인부부는 힐끗 옆을 보더니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건 주문을 어떻게 해요”라며 물어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인결제기를 조작하는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정도는 되었었다.


무인결제기를 처음 접했을 때 주문을 하지 못하고 기계 앞에서 잠시 멍하니 서있을 때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하라고 양보하고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다른 사람들이 결제를 다 한 후 어깨 너머로 본 눈대중으로 이것저것 순서대로 누른 후 카드를 어디에 넣을지 몰라 또 두리번거리다가 결재를 마쳤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너무 창피해서 뒤돌아 그냥 나갈까 라고 생각도 했다.

햄버거 가게에 가면 햄버거 메뉴도 모르고, 사이드 메뉴도 모르겠어서 미리 검색하고 가기도 했다. 특히 공차에 갔을 때는 아예 선택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직원이 있는 주문대로 가서 주문을 했다. 주문하는 음료를 선택하는 키도 여러 가지라 어디를 눌러야 내가 찾는 메뉴가 보이는 지도 헛갈린다. 토핑은 어떤 걸로 얼마만큼 할 것인지, 얼음은 얼마만큼 넣을 것인지, 당도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토핑 추가는 할 것인지, 추가하면 어떤 걸로 하는지, 결재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선택하는 키가 정말 많다. 눈이 빙빙 돌아가고 손이 왔다 갔다 하다가 엉뚱한 데를 잘못 누르기도 했었다.

지금은 휴대폰 사용 기능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새로 바꾸는 경우고 허다했다. 아직 50대 초반인데 벌써부터 디지털 문맹이 되어가는 것 같아 속상했다. 새 전화기를 갖고 실랑이를 한 지 벌써 두 시간은 족히 지난 것 같다. 아직도 로그인을 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새로운 모델로 바꾼다는 것이 신나는 일이었는데 요즘은 바꾸고 싶지 않아 최대한 오래 사용하려고 조심해서 쓰고 있다. 지금 쓰는 휴대폰을 사용한 지는 5년 정도 됐지만, 아직은 바꾸고 싶지 않았었다.

다음 달에 노트북을 구입해서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에서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려고 했다. 한적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킨 후 새로 산 노트북을 꺼내어 놓고 하고 싶은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현실은 아니었나보다.

새 휴대폰은 떨어뜨리지 않고 조심해서 정말 오래 쓰고 싶다.

아! 벌써부터 디지털 문맹이 되어가는 모습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