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kanone May 14. 2021

화창한 봄날에 하늘을 담다

달리다 문득 행복해지는 그 순간

울창한 나무와 맑은 시냇물, 푸른 하늘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나의 산책로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을 때, 혹은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 나는 달린다.

내 오래된 보랏빛 MP3에는 학창 시절 즐겨 들었던 노래들이 담겨있다.

음악을 돈 내고 다운로드하는 방법을 모르는 나이다 보니, 20년은 족히 넘었을 노래들이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달릴 법도 한데, 어릴 적부터의 습관인지 신나는 노래에 맞추어 달리는데 더 익숙하다.


음악을 귓속에 가득 담아 달리며 노래 가사에 집중한다. 어느 순간 노랫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생각의 공간으로 빠져든다. 정말 운이 좋을 땐 값비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대부분은 생각 속에서 헤매다 다시금 밀려오는 노랫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차오르는 숨에 살아있음을 알아챈다. 아직은 달릴 수 있는 젊음이구나 느낀다.

해가 지날수록 걷고 싶은 욕구가 쉬이 찾아온다. 그래도 끝까지 버텨본다. 목표한 곳까지 쉬지 않고 다다르면 별거 아닌 그 순간 꽤 대단한 행복감을 느낀다. 살아있구나!


언젠가 저녁시간의 시원한 맥주를 마음 편히 마시기 위해 달리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허리 통증을 줄이고자, 뱃살을 다잡고자 달린다. 혹은 나만의 시간을 조용히 가져보고자 달린다.


항상 달리는 그 길이지만 날이 좋은 봄날에 문득 멈추어 서서 길가의 나무와 청량한 소리와 함께 흐르는 개울물, 그리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이게 웬 호사스러움인가, 하며 흠뻑 취해본다.


06. may. 20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