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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Beluga 고래아가씨 Jun 06. 2020

‘무소불위’ 미국 경찰 상대하는 법

무법천지 미국, 내가 만난 미국 경찰들



미국 전역이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압박해 숨지게 한 경찰에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조용하기 그지없던 우리 동네 근처까지 시위대가 점령했습니다. 장 보러 나가도 되나 걱정이 돼 집을 나서기 전 TV를 보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데, 갑자기 화면 중간에 시뻘건 자막이 깔리더니 사이렌과 함께 경고 방송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진압하는데 군대를 투입하겠다고 나선 상황이어서 계엄령이라도 내려지는 건가 싶어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히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 저녁 8시부터 통행금지가 실시된다는 내용입니다. (아래 동영상 참조)

“삐익삐익... 위급상황...” 안내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30분 뒤부터 통금이 실시된다는 새빨간 자막이 정규 방송 중간에 나오는 장면. 깜짝 놀라는 통에 처음부터 못 찍었습니다


통금이 시작된 이유는 대부분 평화적으로 벌어지는 시위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혼란을 틈탄 기회주의자들의 약탈 행위(Looting)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 가까이서도 발생했습니다. 6월 1일 새벽, 도적떼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남쪽으로 한 시간쯤 떨어진 샌 리안드로의 닷지 딜러십 유리문을 깨고 들어가 열쇠부터 훔친 다음, 유유히 차를 몰고 달아났습니다. 도둑맞은 새 차는 50대, 각 차는 추적기가 달려 있고 일련번호도 있어 중고시장에 팔기는 어렵지만, 분해해서 부품을 팔 수 있기 때문에 표적이 됐습니다.


차 훔쳐가는 도적떼 영상은 아래 링크 00:25부터...


안전한 동네로 여겨지던 샌 칼로스에서는 다이아몬드 매장이 털렸습니다. 인근 약국, 주류 판매점, 백화점 모두 약탈 방지를 위해 나무판자를 덧대는 작업 (보드 업 board up)을 하느라 요 며칠 분주했습니다. 상황이 심각한 미니애폴리스와 로스앤젤레스, 포틀랜드에는 주 방위군이 투입됐고, 뉴욕은 통행금지를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그라들기 시작한 약탈자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경찰쪽입니다. 공권력이 미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자경단을 꾸려 총기를 들고 보초 서는 사람도 있는데, 경찰은 이 사람들을  무장 강도로 오인해 잡아갑니다. 옆에서 취재하던 기자가 보다 못해 목이 쉬도록 외칩니다. “그 사람들은 경찰을 부른 사람들이다. 도적떼들은 저쪽에 있다!” 경찰은 기자를 물러서게만 할 뿐, 듣지 않습니다.


현장 취재기자 증언 무시하고 가게 지키는 사람들 체포하는 LA 경찰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벌어진 미니아폴리스 현장에서는 생중계 중인 CNN 소속 흑인 기자를 카메라 앞에서 수갑을 채워 체포해 갔습니다. 근처에서 취재 중이던 백인 기자는 안 잡아갔는데 말이죠. 통금, 총기, 공권력 남용. 문명국가 한국에서는 군대와 같은 특정 장소 또는 특수 상황에서나 간혹 다뤄지는 개념들이 2020년 미국에서는 실제상황입니다. 미국 경찰은 이익집단으로 성장한 경찰 노조를 방패 삼아 반복되는 인종 차별, 과잉 진압 사건에도 지난 50  크게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뀔 거란 희망은 없어 보입니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치솟았고, 혼돈에 빠진 미국은 지금 무법천지입니다.  


미국 살다 보면 이런 경찰을 마주할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미국 경찰 대하는 법 1. 용모단정


누구든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만큼 미국 경찰은 방어적이기보다 공격적입니다. 일단 위험하다 인식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이 글의 독자는 미국 경찰 기준에 딱 봐서 위험하다 인식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한국말을 잘하는 코카시언 또는 아프리칸-아메리칸일 확률은 낮고, 대부분이 한국 출신 황인종일테니까요. 대부분 아시안, 특히 한국사람들은 위압감을 주는 커다란 문신은 없고, 차분하고 단정하게 입으며, (마)약 냄새를 풍기지 않고, 고분고분하다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죠. 미국 경찰의 편견에 어느 정도 편승할 수 있는 황인종이더라도, 이왕이면 헤쳐진 셔츠 단추를 채우고 삐딱하게 쓰고 있던 슬링백을 벗으시기 바랍니다.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하게 고치고 씹던 껌은 종이에 싸서 버려 성실하고 착한 소시민으로 보이는 게 좋습니다. 미국 경찰은 눈에 보이는 것을 쉽게 믿는 편입니다.  


2. 순진하고 순수하게 


용모단정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경찰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어떻게 경찰을 대하냐에 따라 그냥 넘어갈 일이 하루 구금 살이가 되기도 하고, 몇 천 불 짜리 딱지를 받을 위반 사항도 없었던 일이 되기도 하니까요. 처음 경찰한테 붙잡힌 건 제 차에 번호판이 없었을 때입니다. 한국에서 차를 가져와 행정 절차를 밟는 중이어서 종이로 된 임시 등록증을 발급받은 상태였습니다. 고속도로를 한창 달리는데 경찰차가 따라붙더니 사이렌을 막 울리며 확성기로 뭐라고 하길래 차를 세웠습니다. 기자일을 하며 늘상 경찰을 대해왔던 저로서도 한국과는 달리 거의 무소불위의 권위를 행사하는 거만한 태도의 미국 경찰을 맞닥뜨리게 되니 식은땀이 나고 간이 쪼그라들더군요. 시민권자가 아닌 데다 미국법을 잘 모르고, 영어도 부족하니 괜히 말실수라도 해서 꼬투리 잡힐까 봐 더욱 위축됩니다. “한국에서 막 배송된 차라 번호판이 없고, 임시 등록증은 집에 있다. 집은 바로 앞이다. 괜찮다면 지금 바로 가서 보여주겠다.”라고 설명하니 경찰관은 3천 달러짜리 벌금 맞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겁을 줍니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바로 미안하다고, 몰랐다고, 꼭 가지고 다니겠다고 약속했더니 경고장도 없이 그냥 보내줍니다. 주변에선 만약 제가 흑인이었거나, 덩치 좋고 인상 나쁜 남자였다면 차에서 내려 몸수색을 당했을 거라고 말합니다.  경험담들에 따르면, 남자라 해도 흑인이 아니어서 그런지 경찰들이 그렇게 경계하지 않았답니다. 경찰이 하는 말 잘 듣는 시늉하고, 순수하고 진지하게 몰랐다고 사과하고, 다음엔 이런 일 없을 거라 다부진 다짐까지 덧붙이면 보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기대하지 마세요


콘도에 살던 당시 입주민만 출입 가능한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도난당했습니다. 감시 카메라에 낯선 남자 둘이 오토바이를 들어 훔쳐 가는 모습이 찍혔으니, 곧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습니다. 미국 물정 모르는 순진한 착각이었죠. 총격, 살인 등 강력 사건에 익숙한 오클랜드(를 비롯한 큰 도시) 경찰들은 오토바이 절도 같은 자잘한 건은 취급을 안 합니다. 보험사에 제출할 용도로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폴리스 리포트를 발급해주는 걸로 그들은 역할을 다했죠. 다행히 보험을 들어놨기에 손해 보상은 받았습니다. 이후 자물쇠가 걸려있던 창고를 뜯겨 오토바이 부품도 털렸습니다. 친구는 집 앞에 거리 주차했다가 차량 털이범들 손에 창문이 세 차례나 박살 났습니다. 저희도 그 친구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습니다. 보험회사에 전화했을 뿐이죠. 미국 경찰이 좀도둑놈 잡아줄 거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 마십시오. 그래서인지 미국은 좀도둑들이 판을 칩니다. 우리나라처럼 커피숍에서 자리 맡으려 가방 던져두고, 랩탑 두고 커피 주문하러 갔다가는 땅을 치고 후회합니다. 자전거 묶어두면 묶인 본체는 두고 바퀴만 훔쳐가는 곳입니다. 미국에 보험 회사가 왜 이리 많고 잘 되겠습니까? 미국에서 도난당하면 경찰 말고, 보험회사에 전화하세요. 폭력 사건도 경찰에 기대하지 마세요. 한 친구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아기와 함께 있다가 묻지 마 폭행을 기습당했는데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나라라서 길에는 감시 카메라가 별로 없어 경찰이 잡아내기도 힘든 사회입니다. 관련 보험을 들었다면, 이 때도 보험 회사에 전화하는 게 우선입니다.    


4.  그들의 행정력을 의심하세요

 

미국은 전반적인 행정력이 뒤떨어집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주토피아’에서 나무늘보로 묘사된 교통국 DMV인데, 경찰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합니다. 우리나라 교통경찰들은 버튼 몇 개 누르면 지잉~ 영수증처럼 나오는 단속용 단말기를 갖고 다니니 업무가 자동화 단순화돼 사무실 들어가서 같은 일을 다시 처리할 일이 없죠. 그런데 미국 하이웨이 패트롤은 아직 뒷면이 먹지 코팅된 종이에 직접 써서 위반 티켓을 떼어줍니다. 이 종이를 다시 전산화해야 하는 체계니까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죠. 제가 그 희생양이 됐습니다. 제 차 유리는 앞뒤 양옆이 모두 진하게 차단 코팅지가 발려 있습니다. 전 주인의 흔적이죠. 캘리포니아는 앞유리와 운전석, 조수석 틴팅을 규제하고 있는데, 그게 딱 걸린 겁니다. 수염도 빳빳해지지 않은 젊은 경찰은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Fix-it-ticket을 발급했습니다. 바로 이튿날 틴팅 벗겨낸 뒤, 근처 경찰서에 가서 Fix 됐다는 확인 서명까지 받았죠.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카운티 법원 홈페이지에 벌금 납부를 위한 케이스 번호가 검색이 되지 않는 겁니다. 법원에 두 번 직접 찾아갔지만 허사였고 법원 서기는 일 년이 걸릴 수도 있으니 수시로 접속해보거나 전화해보란 답변과 함께 방문 기록을 남겨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육 개월이 지나서 집으로 날아든 건 운전면허가 정지됐다는 통보였습니다. 미국에서 면허 정지는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히는 것과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법원들도 문을 닫아 전화는 불통이고, 운전도 못하고... 답답함이 극치에 이르렀습니다. 알고 보니, 그 정신없는 경찰이 티켓에 써준 법원이 아닌 다른 법원에다 제 사건을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5. 앞에서 따지지 말고, 뒤를 도모하세요


이 외에 이 사건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선 경찰이 명확히 범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차를 세우는 것이 불법입니다. 그 경찰은 제 뒤를 따라오다 제 차를 세웠으니 뒷유리만 본 건데, 뒷유리 틴팅은 불법이 아닙니다. 그는 심증만 가지고 제 차를 불법으로 세운 것이죠. 당시에 이 법을 알고 있었더라도 경찰한테 대들고 따져봤자, 저만 손해 봤을 겁니다. 미국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를 내세우며 예사로 연행해가고, 차를 뺏어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미국에 변호사가 많은 겁니다. 경찰 앞에 대놓고 잘잘못을 따지면 불리하니, 차후를 도모하는 것이죠. 위 사건과 관련해서 변호사 없이 알아서 처리해보려고 법원에 청원을 내고 각종 증거 자료와 6백 불 가까이 되는 벌금을 첨부해 서류를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변호사에게 의뢰했습니다. 참 웃기는 곳입니다.              


소시민들이 경찰을 대하는 경우 대부분 교통 법규와 관련된 소소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위의 몇 가지라도 알고 있으면, 덜 당황하고 손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은 별 거 아닌 교통 딱지 하나에도 법원을 오가야 하니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갑니까요. 여러분들은 거의 매년 미국 경찰 맞닥트린 저와 달리 무사 평안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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