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더스의 개를 찾아서

루벤스가 문제냐 내가 문제냐

by 김꾸

상관 중 한 사람에게 친구를 소개했다. 네덜란드 사람이에요 했더니 대뜸 묻는다. 그럼 그 플란더스의 개로 유명한 데지? 친구가 아니요. 플란더스의 개의 이야기의 그곳은 벨기에예요. 그랬더니 그 사람 핸드폰을 꺼내 찾는다. 네덜란드 사람의 말이 맞는지 바로 그 앞에서 확인한다. 그러더니 쑥스러워하는 표정조차 짓지 않고 아무 질문도 안 했다는 듯이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플란더스의 개의 배경이 네덜란드였는지 벨기에였는지는 나도 몰랐다. 만화에서 풍차가 나왔고 풍차 하면 네덜란드에만 있는 줄 생각하게 된 건 아마도 네덜란드에서 벌인 국가 마케팅 덕인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네로가 그렇게나 보고 싶어 했던 그림을 보기 위해 가려면 버스를 한 시간 타고 기차를 40여분 정도 타고 가야 한다. 벨기에게 살게 된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가봐야지 했던 곳. 그 만화 '플란더스의 개'에서 네로가 눈이 오는 날 성당 안으로 들어가 그 그림 밑에서 잠들던 곳.

나도 그 그림을 보러 그 성당에 가야지.




마지막 주 수요일은 루벤스 하우스는 무료관람이다. 루벤스 하우스를 먼저 구경하고 Cathedral of Our Lady 성당으로. 그곳에는 네로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 했던 그림(Descent from the Cross,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도 있고 네로가 그 아래에서 죽었다는 그림(Assumption of the Virgin Mary, 승천하는 성모 마리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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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이 크다.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서면 많은 그림들을 지나 정중앙에 승천하는 마리아 그림이 있고 왼쪽에는 십자가에 올려지는 예수, 오른쪽에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림이 있다. 이 성당 안에는 물론 루벤스 그림 말고도 다른 여러 훌륭한 그림들이 있다. 성당이지만 입장료를 내야 하는 이유라고나 할까.





DSCF6629.JPG?type=w773 승천하는 성모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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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하는 마리아가 너무 젊다. 커다란 아들이 있는 어머니로는 도저히 안 보인다. 상상력을 더 발휘해야 하나. 그 시절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기에 어려보여도 성인인 아들이 있을 만한가. 그렇게 이래저래 생각을 해봐도 내 눈에는 그저 젊은 여인일 뿐이다. 알게 되고 그래서 느끼게 되는 네로의 감동은 내겐 너무 멀다.




DSCF6594.JPG?type=w773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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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림은 예수의 죽은 모습이 처절해 보이기는 하지만 몸이 너무 건장해 보여 이상했다. 그리고 이 그림에서도 마리아가 너무 젊다. 엄마보다는 연인처럼 보인다. 물론 슬프고 고통에 찬 눈빛은 내게 조차도 슬픔의 느낌이 전해지기는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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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래쪽에 있는 종이의 글자가 궁금했는데. 맨 위쪽은 히브리어, 그다음 줄은 그리스어로 Jesus라고 쓴 거라고. 아래쪽 구겨진 부분의 글자 REX는 라틴어로 king이라는 뜻이다. 그림에 많은 상징들이 있겠지만 딱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나 같은 사람이 명화를 보러 가도 느끼는 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한 격이라고 해야 하나. 네로가 느꼈던 감동의 털끈만큼도 느끼지 못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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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올려지는 이 그림에서도 역시 종이가 있다. 글자 내용이 더 궁금했는데. Jesus Christ the Nazarene, King of the Jews라는 글자로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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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추억 속의 그 그림. 울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네로와 개의 이야기. 그 감동의 실체가 그 그림 속에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나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가면서 내내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나도 네로처럼 느껴보겠다고 다리가 아프도록 그림 앞에 서있긴 했지만.


다시 가봐야 할까.


2016년 7월 27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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