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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꾸 Sep 15. 2021

플란더스의 개를 찾아서

루벤스가 문제냐 내가 문제냐

상관 중 한 사람에게 친구를 소개했다. 네덜란드 사람이에요 했더니 대뜸 묻는다. 그럼 그 플란더스의 개로 유명한 데지? 친구가 아니요. 플란더스의 개의 이야기의 그곳은 벨기에예요. 그랬더니 그 사람 핸드폰을 꺼내 찾는다. 네덜란드 사람의 말이 맞는지 바로 그 앞에서 확인한다. 그러더니 쑥스러워하는 표정조차 짓지 않고 아무 질문도 안 했다는 듯이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플란더스의 개의 배경이 네덜란드였는지 벨기에였는지는 나도 몰랐다. 만화에서 풍차가 나왔고 풍차 하면 네덜란드에만 있는 줄 생각하게 된 건 아마도 네덜란드에서 벌인 국가 마케팅 덕인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네로가 그렇게나 보고 싶어 했던 그림을 보기 위해 가려면 버스를 한 시간 타고 기차를 40여분 정도 타고 가야 한다. 벨기에게 살게 된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가봐야지 했던 곳. 그 만화 '플란더스의 개'에서 네로가 눈이 오는 날 성당 안으로 들어가 그 그림 밑에서 잠들던 곳. 

나도 그 그림을 보러 그 성당에 가야지.  




마지막 주 수요일은 루벤스 하우스는 무료관람이다. 루벤스 하우스를 먼저 구경하고 Cathedral of Our Lady 성당으로. 그곳에는 네로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 했던 그림(Descent from the Cross,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도 있고 네로가 그 아래에서 죽었다는 그림(Assumption of the Virgin Mary, 승천하는 성모 마리아)도 있다.

 

 


성당이 크다.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서면 많은 그림들을 지나 정중앙에 승천하는 마리아 그림이 있고 왼쪽에는 십자가에 올려지는 예수, 오른쪽에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림이 있다. 이 성당 안에는 물론 루벤스 그림 말고도 다른 여러 훌륭한 그림들이 있다. 성당이지만 입장료를 내야 하는 이유라고나 할까.





승천하는 성모 마리아

승천하는  마리아가 너무 젊다. 커다란 아들이 있는 어머니로는 도저히 안 보인다. 상상력을 더 발휘해야 하나. 그 시절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기에 어려보여도 성인인 아들이 있을 만한가.  그렇게 이래저래 생각을 해봐도 내 눈에는 그저 젊은 여인일 뿐이다. 알게 되고 그래서 느끼게 되는 네로의 감동은 내겐 너무 멀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림은 예수의 죽은 모습이 처절해 보이기는 하지만 몸이 너무 건장해 보여 이상했다.  그리고 이 그림에서도 마리아가 너무 젊다. 엄마보다는 연인처럼 보인다.  물론 슬프고 고통에 찬 눈빛은 내게 조차도 슬픔의 느낌이 전해지기는 해도.



그림 아래쪽에 있는 종이의 글자가 궁금했는데.  맨 위쪽은 히브리어, 그다음 줄은 그리스어로 Jesus라고 쓴 거라고.  아래쪽 구겨진 부분의 글자 REX는 라틴어로 king이라는 뜻이다.  그림에 많은 상징들이 있겠지만 딱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나 같은 사람이 명화를 보러 가도 느끼는 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한 격이라고 해야 하나. 네로가 느꼈던 감동의 털끈만큼도 느끼지 못하는 건.




십자가에 올려지는 이 그림에서도 역시 종이가 있다.   글자 내용이 더 궁금했는데. Jesus Christ the Nazarene, King of the Jews라는 글자로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




어릴 적 추억 속의 그 그림. 울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네로와 개의 이야기. 그 감동의 실체가 그 그림 속에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나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가면서 내내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나도 네로처럼 느껴보겠다고 다리가 아프도록  그림 앞에 서있긴 했지만.


다시 가봐야 할까.


 2016년 7월 27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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