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예술, 무슨 물건인가?-01

by 에코




하늘에 가득한 바다

고요 속의 격랑을 바라보며

예술의 길을 떠난다.



세상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말해지는 것과

말해지지 않는 것

사이에서 조용히 숨 쉰다.



예술가는

그 사이를 걷는 사람이다.



보이는 것의

실상과 허상을 가늠하고,



보이지 않는

고통을 어루만지며,



말해지지 않는 질문을

화폭에 남긴다.



예술은 내게 단순한

표현의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내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물음이고,



조용히 나를 깨어

있게 하는 떨림이며,



삶이라는

막막한 여백 위에 새기는

진실의 흔적이다.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과 다르지 않다.



예술가는 어쩌면

수행자와 닮아 있다.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마주하고,



오히려 그 속으로

깊이 침잠하여 심연 속에서 무언의

흔적을 찾아낸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단지 그림이 아니라,



존재가

깨어나는 장소이며,



마음의 울림을 담는

그릇이 된다.



나는 예술이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어떤 나를 말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기술 이전에 순수,

형식 이전에 자유,

결과 이전에 과정.



그것이 내가 걷고자 하는

예술의 길이다.



때로는 아무리 그려도

잡히지 않는 활로.



어느 것 하나 만족할 수 없는

혼돈의 밤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그 갈등은 세상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대면이었다.



이 글들은 내가 걸어온

길 위에 남긴 발자국이다.



고통을 껴안으며 써 내려간

예술에 대한 사유,



그리고 살아 있는 예술로

가닿기 위한 몸짓이다.



누군가

이 길 위에서,



자신만의 의문을 품고

있는 이에게



이 작은 울림이

에코가 되어 닿기를 바란다.



예술은 나에게,

지금도 묻고 있다.



‘이것은 예술인가,

삶인가?’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