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도약이다

예술, 무슨 물건인가?-02

by 에코




"저는 그림을

못 그려요. 학교 다닐 때,

미술시간에



선생님에게

못 그린다고 혼난 기억

밖에 없어요."




"하하. 그렇군요.

대략 짐작은 갑니다만,

어떻게 혼나셨어요?"




"정물을 그리는 중에

못 그린다고 선생님한테

맞았는데,



그때 나는 그림에

재능이 없다고 느껴 그 후로

그림은 아예 포기했습니다."




"저런...

그 선생님은 아마도

사실적으로 그려야



잘 그린

거라고 생각하셨던

분이었나 보네요.



예전에는 거의 그랬죠.

그래서 재능 있는 학생들의

싹을 많이 잘라 버렸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림은

사실적으로 그려야 되는

거 아닌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적으로 그려야만

잘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추상적으로도 얼마든지

잘 그릴 수 있습니다."




"에이, 선생님도,

무슨 말씀을 하세요?



사실적으로

그릴 줄 알아야

추상화를 그릴 수

있는 거죠.



그... 누구죠?

미술교과서에 보니까

나무를 사실적으로

그러고 나서



점차 추상화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잖아요.



그게 맞는 거

아닌가요?"




"아하. 몬드리안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에요.



추상적으로

시작해서 사실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에이. 선생님도~

사실적인 것을 배우고 나서

추상화를 그려야 하는 것이지,



어떻게 추상을 먼저 하고

사실화를 해요?"




"허어... 아니 그림을

그려보지도 않았다는 분이



전문화가인 제 말을 안 믿고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네요."








이건 실화다.



실제로 내 개인전 때

관람 오신 분과 나눴던 대화다.



물론 대화내용이

완전히 일치하진 않겠지만

거의 틀리지 않다.



어떻게 해서

미술 교육이 이렇게 까지

사람들을 세뇌시켜 놨을까?




지금도

과거 미술교사들의

교육방식에 의한



폐해를

돌아보면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일부라고 자위하고

싶지만, 실제로 많은 경우

그랬다.



아마 그들도

그런 교육을 받았을 테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가르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고정관념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가능성과



재능들이 싹을

피워 볼 생각조차

못하고



사라진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애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오늘날은

시대가 달라져

처음부터



추상으로 시작해

활동하는 작가들이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추상으로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추상의 풍부한 감정과

감수성이



사실적 표현에도

배여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실화부터

시작하게 되면



자칫 형상 묘사에

매몰되어 감정표현이

갇혀버릴 수 있다.



그래서 예술은

먼저 '예술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아, 꼭 사실적으로

시작할 필요는 없는

것이로구나.



추상부터

해도 되는구나

하는 사실만 확실하게

깨닫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져

심상 표현이 가능하여



'예술의 심장'으로

곧장 치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도약이다.'



단계적으로 밟아가야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꼭 기법이나

기술을 쌓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기법이나 기술이

순수성을 향해 가는 길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순수성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그리든

'순수성이 표현되면

된다'는것 을



깨닫는 순간, 도약은

일어난다.



사실적인 것이

기준이 되던 시대에는



'잘 그린다'와 '못 그린다'가

있었다.



하지만

추상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그 구분은

의미를 잃었다.

그만큼 사유가 자유로와

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잘 그린다와 못 그린다의

기준이 '형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솔직하게



'드러냈느냐, 아니냐'로

바뀌었다.



자신의 생각이나 내면을

솔직하게



'잘 드러내는 것'이
'잘 그리는 것'이다.



물론 다 드러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억눌린 것만큼만

드러내면 된다.



평소 억압하고 있던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마치 부끄러운 것을

드러내거나



'죄를 고백하는 것'과

같아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고백한 것만큼

순수해진다.



반면

내면을 드러내지 못하고

감추는 것은,



타인을 의식해

감추는 것이라 순수하다고

할 수 없다.



매사에

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긍정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일 것이다.



솔직한 표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며 자존감의

발로이기에,



자신의 삶에 있어

내적 믿음이 없으면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자기표현을

못한다는 것은,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자존감이

낮은 상태에서는,



자기 분야에서조차

원하는 성취를 이루기

어렵다.



물론 솔직하게

그린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조악할 수 있다.



하지만 직관에 따라

수정을 거듭하며,



느낌으로 조화를 맞춰

나가면 된다.



이처럼 어떻게

그리던 자신을 잘 드러내는 것이

잘 그리는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당당하게 그려나간다면



금방 자신만의

고유한 그림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실제로 현재

미대를 나오지 않고도

한국미술의 대표작가 되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여럿 있다.



결국 그림은 태도다.

태도가 그림의 수준을

결정한다.



그림 감상의

수준도 이와 같다.



처음에는

형상과 기교에

주목하고,



그다음에는

조형성에 주목하며,



마지막엔

작가의 태도에

주목하게 된다.



작가의 태도란 무엇인가?

온갖 시선을 내려놓고,



'오직 이것뿐'이라는

일념과 진심으로 작업에

임하는 것,



그 오롯하고

투명한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정신이며,



작품의

'영원한 가치 이자

근원'이라면



그것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는 문'이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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