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무슨 물건인가?-30
문답이 끝났다.
에코가 돌고 돌아
모든 의심 사라지니
문득 '이것' 하나 오롯하다.
묻기 전에 있었으며
답하기 전에도 있었기에,
금강석보다 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는-
누구나
본래부터 '이것'으로
살고 있지만
너무나 당연해서
그런 지 모를 뿐이다.
설령
분별에 떨어져도
이미 알고 있으니 이것으로
수렴된다.
세상만사 역시 여기에서
비롯되고, 여기로 돌아간다.
태초, 하나님, 부처조차도..
이에
모두가 생긴 대로 그리고
지 모양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도 화폭 앞에 서면
나는 여전히 '알 수없음'과
함께 한다.
붓을 들고 있지만,
어떻게 그릴지 알 수 없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시행착오조차
길이었음을 자각한다.
예술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완성을 향한 여정이 아니라,
끝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 반복이다.
그것은 삶을 껴안는 일이자
놓아주는 일이다.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길이라
고독했지만,
그 외로움 덕분에
내 안의 수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삶의 고통처럼
창작의 고통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고통이야말로
나를 가장 나답게 했다.
예술은 상처를
드러내는 일이라기보다,
상처를 살아낸 흔적을
드러내는 일이다.
흔적으로 피어난 것들
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머금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 글들은
나의 예술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또 다른
여백 앞에 서는 일이다.
'이것'은
늘 이처럼 여여하고,
그림은 아직
다 그려지지 않았다.
모든 게 머뭄없음이니
'어떻게 그려야 할까' 대신
조용히 화폭을 마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이것'이 드러내는 존재의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