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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건우 Jul 07. 2019

디지털 저널리즘

“나는 왜 디지털 저널리스트를 꿈꾸는가”. 넥스트 저널리즘스쿨 5기 모집공고에 쓰인 에세이 주제였다. 나는 여러 꿈이 있었고, 여전히 여러 가지 꿈을 꾼다. 그중 디지털 저널리스트는 멀게는 사회변화에 눈길을 두되, 가까이서는 대중과의 접점을 잃지 않는 한 가지 방법처럼 느껴졌다. 신문기사의 몰락. 포털 사이트 안 인터넷 뉴스의 고전.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존 언론의 틈바구니 속에 들어가 치열하게 기사를 쓴다 한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기사를 읽을까. 그런 고민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럼에도 학생자치언론에서 월간지를 발행하는데 기여하며 긴 기사를 고수해오던 나에게, 짧은 호흡에 가볍고 위트 넘치는 영상으로 저널리즘을 한다는 건 생소한 일이었다.


넥스트 저널리즘스쿨 첫 번째 수업부터 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무엇이 저널리즘인지부터 새로이 정의해야 했다. 최근 “진용진”이나 “사물궁이 잡학다식” 같은 유투버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직접 발 품 팔아 알아본다. 10분 내의 짧은 영상으로 호기심을 풀어준다. ‘패스트트랙'을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이 무얼 했네, 자유한국당 모 의원이 SNS에 무슨 말을 올렸는데 심정이 어떠한 것 같네 하며, 권력이 집중된 곳에 확성기를 갖다 대고 되풀이하는 기성 언론은 긁어주지 못하는 가려움이다. 대부분 10-20대인 독자들은 ‘조O일보’나 ‘동O일보’같은 곳의 기자들보다 이들 유투버를 더 나은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과는 사뭇 멀어 보이는 국회 정치판에서의 말 행동 하나하나보다는, 길거리의 '7080' 간판이라던지 지하철 내 잡상인의 동기나 행적이 더 궁금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중의 궁금증에만 귀 기울이고 그를 해결해주는 게 저널리스트의 유일한 사명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관심이 필요한 무거운 주제들도 다뤄야 하고, 독자의 마음을 한없이 불편하게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에 대해, 아니라며 다른 방식의 삶과 사회가 가능하다고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해줄 수도 있어야 한다. 대중의 궁금증에서 멀어지면 “기자들을 기다리지 라”는 한 논위원의 말처럼 사정없이 비판이 내리 꽂히고, 개인이 마주한 현실의 무거움과 가벼움에 영합해 쉽고 귀여운 영상을 내다보면 “스낵(과자)”이라 불리는 현실 속에서 저 나름의 균형을 찾고 방법을 고안하는 것. 그것이 넥스트 저널리즘스쿨에서 배운 디지털 저널리즘이었다.


그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있다. 삶과 사회의 궤적 하나하나를 데이터 화할 수 있게 되면서 대두된 데이터 저널리즘이 있고, 데이터와 그를 통해 얻은 통찰을 표현함에 있어 독창성을 꾀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미디어나 시각화 방법도 존재한다. 구글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검색엔진을 주력으로 하기에 이러한 방법들을 쉽게 실천할 수 있게 돕는 도구를 제공한다. 아예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이라 쓰고 ‘생존방안’이라 읽는)을 고안한 미디어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에 방문해 데이터 에디터를 만나고, 구글 이노베이션 랩의 디렉터를 만나고, 구글 어스 프로의 홍보 담당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에게선 산업 베테랑의 내공이 느껴졌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의 정보를 누구나 쉽게 사용하고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구글의 미션에 대한 그들의 소신이 느껴졌다.


고민의 끝에서 우리는 결국 새로운 실험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를 일, 디지털 저널리즘을 통해 변화를 꾀해보자. 변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거나, 함께하거나, 일으켜보자. 그렇게 탄생한 게 미디어 스타트업 프로젝트 “댕글(D:angle)”이다. 평면적으로 비치는 우리네 삶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되풀이되는 문제 드러내기에 지친 독자들에게 직접 변화를 이끌어내 수 있는 길을 닦아주고 효용감을 안겨주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변화를 주도한 이들을 조명하거나 변화가 간절한 이들, 변화에 대해 포기하고 단념한 이들에게 마이크와 카메라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우리의 미션이 구글의 미션처럼, 분투하는 우리 각각에게 스며들길 기대해보며.  변화를 꿈꾸고 도전하는 우리 모두를 응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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