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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준비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나의 준비


버텨 살아가기에 감당할 수 있는 무게면 된다.

지고 가기에 사위질빵처럼 헐겁거나

나서야 할 길 위에서 보기에도 차림이 간단하다면 더 반길 일이다.

시련이 깊을수록 극복의 열매가 달콤하다는

꾀임은 감언의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고생 끝에 낙은 오더라도 이미 심신을 피폐시키고 난 다음일 뿐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엔 마음을 갉아먹고

몸의 정상 기능을 무력화시켰다는 걸

부정할 수 없는 무늬로 새겨놓았으리라.

아픔은 견디지 못할 정도가 아니어야 한다.

견뎌낼 수 없는 시련은 경험이 아니다, 고통이다.

슬픔은 생의 맛을 감미롭게 섞어낼 양념만큼이면 충분하다.

외로움을 타는 시간은 잠시 고뇌의 순례길에 있을 때에 나

마음에 장착할 사치품이면 좋겠다.

생을 누리는 동안 속 편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당면한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감내하는 것이다.

잘살겠다는 다짐 속에는 적당한 맞춤형의 삶을

쫓아가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모든 날의 출발지점에서 나는 습관의 기적을 바라며

지나치지 않게,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인내만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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