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유감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살구꽃 유감



비슷하다는 분류가 싫었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꽃이라는 통칭으로 막대하기도 하더군요.

피는 시기가 겹치는 데다가

금세 져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맨 처음에 피든지 화려한 군락을 이루든지.

주목받을 수 없는 개화를 받들어야 합니다.

어쩌겠어요.

알아주지 않는다고 피지 않을 수 없지요.

생식을 담보하기 위한 꽃을 내놓으려

봄을 기다린 마음은 다른 꽃에 못지않게 간절했답니다.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꽃을 피우기 위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묵묵한 살구나무처럼

나 역시 호된 겨울 같은 날들을 견뎌냈지요.

꽃샘바람쯤이야 같잖게 밀어낼 수 있어요.

그대가 옆에 있다면 흐드러지게 마음 주름이 펴질 겁니다.

살구꽃 같이 티 나지 않을지라도

해마다 그대의 곁에서 피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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