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황동규

by 새글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背景)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姿勢)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날시예감

사랑이란 한결같지가 않다. 뜨겁게 불타오르다가도 냉담해지고 다시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어지고

다시 또 그렇게 되기를 반복하게끔 되어 있다.

어쩌면 지루하지 않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랑을 해야 오래 지속된다고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이란 또 아주 사소한 일상과도 같아서 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그치기도 하고 멎기도 하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다시 그러기를 되풀이하는 일상 속에 사랑이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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